톱과 낫을 들고 뒤안을 기웃거립니다.

도끼로 쪼개지 아니한 소나무 통 장작도 살펴보고, 말뚝으로 쓰기 위하여 잘라놓은

아까시나무도 기웃거려봅니다.

욕심나기로서야 박달나무나 참나무, 대추나무가 제일 좋지만,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손질하기는 더더욱 어려워 엄두가 안납니다.

지름이 약 7센티 정도되는 아까시나무를 만지작 거리다 그냥 둡니다.

아까시나무는 나무심이 너무 굵어서 적당하지 않고, 잘 쪼개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약간을 굵은 느낌이 들고 재질이 너무 가벼워 적당하진 않지만, 그래도 톱과 낫이

잘 드는 지름이 약 10센티 정도되는 소나무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목표를 정한 다음에는 곧바로 착수에 들어갑니다.

아버지께서 들에 나간 사이에 일을 마쳐야 합니다.

그 일이란 팽이를 깎는 일입니다.

어렵사리 구한 베어링(저희들은 "차랑"이라고 불렀습니다)도 옆에 두었습니다.

먼저 통나무의 끝을 약간 잘라낸 다음, 몽당연필을 깎듯이 낫으로 깎아냅니다.

소나무를 연필모양으로 깎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힘이 드는 일입니다.

다 깎아내었을 무렵에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입에서는 단내가 납니다.

팽이를 깎을 때는 가장 중요한 일은 중심을 잡는 일입니다.

팽이아래의 제일 뾰족한 부분의 중심에 위치하여야하고, 팽이를 만드는 나무의 재질도

골고루 균형이 잡혀야 무게중심이 잘 잡힙니다.

나이테를 보고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무게중심을 가능하기가 매우 힘이들지요.

아랫부분 다 깎은 다음에 톱으로 위를 잘라내는 일을 합니다.

이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적당한 높이에서 수직으로 잘라내야하기 때문이지요.

고사리 손으로 10센티나 되는 나무를 수직으로 반듯이 잘라내는 일도 예사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잘라낸 다음 연필 깎는 도루코 칼로 다듬습니다.

거친 부분과 튀어나온 부분을 잘라내는 일이지요.

그 다음에 베어링을 박는 제일 중요한 일이 남았습니다.

못같이 뾰족한 것으로 먼저 베어링이 들어갈 자리를 파 낸 다음 망치로 가볍게 두드려 박습니다.

너무 앝게 박으면 빠져 달아나고, 너무 깊게 박으면 팽이가 잘 돌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 세게 박으면 나무가 쪼개져버립니다.

베어링을 박는 작업이 끝나면, 크레용으로 울긋불긋하게 색칠을 합니다.

크레용은 될 수 있는 한 밝은 색으로 동심원 모양으로 그립니다.

대충 그려도 팽이가 돌 때면 색이 혼합되어 아름다운 모양이 됩니다.

팽이는 다 만들었습니다.


다음에는 팽이채를 만들어야합니다.

팽이채로 가장 좋은 것은 닥나무껍질로 만든 것이고, 닥나무 껍질이 없으면 뽕나무

껍질로 사용하고, 메리야스도 훌륭한 재질이 됩니다.

그렇게 만든 팽이로 팽이치기를 하고, 팽이싸움도 했답니다.

팽이채를 든 손에는 팽이를 만들 때 생긴 상처가 있고, 그 상처에는 머규르크롬액(아까징끼)이

벌겋게 칠해져 있어야 합니다.


최근 며칠동안 윤석이와 경욱이는 팽이싸움에 한참 열을 올립니다.

윤석이 팽이는 아랫부분의 강한 고무재질로 되어 있어 공격력이 좋다고 하고,

경욱이 팽이는 쇠로 되어 있어 지구력과 방어력이 좋다고 설명서가 붙어져 있었습니다.

그 팽이는 하나에 8,000원이나 합니다.

지난 일요일에 아이들 팽이를 조립하면서 팽이 만들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팽이를 깎다가 손을 다쳐서 피를 흘리면서도 쓸데없는 짓 한다고 꾸지람들을 걱정에

혼자서 쑥을 짖이겨 바르던 기억도, 굵은 팽이를 학교에 가져가서 동무들의 부러움속에서

자랑스럽게 돌리던 기억도 이제는 케케묵은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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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입니다.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꽃이 핍니다.

제사상에 올리는 중요한 나물의 한가지이지요.

산에서 자라는 야생 도라지는 모두 보라색꽃이고, 재배하는 도라지는 흰꽃과 보라색꽃이

함께 있습니다.

보라색 꽃이라도 뿌리는 흰색입니다.

감자와 착각하지 마세요^^


도라지꽃
- 이 해 인 -

엷게 받쳐 입은 보라빛 고운 적삼
찬 이슬 머금은 수줍은 몸짓
사랑의 순한 눈길 안으로 모아
가만히 떠 올린 동그란 미소.

눈물 고여오는 세월일지라도
너처럼 유순히 기도하며 살고 싶다.
어느 먼 나라에서 기별도 없이 왔니.
내 무덤가에 언젠가 피어 잔잔한 송가를 바쳐 주겠니.


2001. 10. 26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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