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욱이 자전거를 타다


오랜 만에 여의도공원에 아이들이랑 나들이 갔습니다.

지난 두달동안 일요일마다 결혼식이다, 행사다 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틈이 없었는데

어제는 날씨도 좋고 특별한 행사도 없는 터라 나들이를 나간 것입니다.

사실 토요일 아침에 출근길에 들은 방송에 의하면 토요일 오후부터 가을비가 내려서

일요일까지 계속된다고 하여 내심 기대 반 아쉬움 반의 심정이었는데,

막상 일요일 아침이 되니 나들이에 딱 좋은 그런 날씨였습니다.

바람은 적당히 불지요, 하늘에 구름은 간간이 떠 있지요, 아이들도 컨디션이 좋지요........


일요일이 좋은 점은 일주일동안 유일하게 늦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평일에는 아내가 여덟시가 되어도 안 일어나는 두 놈을 깨운다고 날마다 난리부르스를

춘다는데, 이넘들은 일요일만 되면 8시가 못되어서 두 놈 다 일어나서는 부산을 피웁니다.

그러면 억지로 늦잠을 청하다가 제가 먼저 거실에 나와서 커피 물을 올려놓고, 커피 한 잔을

타 놓으면 아내가 나와서 커피를 한 잔 하고는 천천히 아침 준비를 합니다.

그렇게 늦은 아침을 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청소를 하다가 열두시가 조금 넘어서 집을 나섭니다.

윤석이 롤러블레이드와 간단한 간식거리로 과일만 몇 가지 챙기면 나들이 준비는 끝입니다.

집에서 여의도공원까지는 차로 이십분 정도 거리입니다.

3-4년 전에 만든 여의도 공원은 이제 새로 심어진 나무들이 뿌리를 내려서 단풍이

한창이었습니다.

노란 단풍잎은 은행나무와 계수나무 단풍입니다.

붉은색 단풍은 단풍나무와 낮으막한 들꿩나무, 벚나무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느티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화살나무 등에는 초록색과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의 단풍이

울긋불긋합니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두발 자전거 두 대를 빌렸습니다.

올 봄까지 한시간에 2,000원 하던 것이 3,000원으로 껑충 가격이 올라있었습니다.

윤석이는 보조바퀴가 없는 것이고 경욱이는 보조바퀴가 달린 것입니다.

저도 롤러블레이드를 빌렸는데 그것도 3,000원이나 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윤석이 롤러블레이드를 신습니다.

그러면 여의도 공원의 넓은 광장은 그대로 우리가족의 운동장이 됩니다.

윤석이는 혼자서 씽씽 제 멋대로 내달립니다.

경욱이는 형아를 따라 다니다 힘이 부치는지 이제 두 번째 타보는 롤러블레이드에 힘겨워하는

저를 따라 다닙니다.

금새 이마에 땀방울이 비칩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놀다가 윤석이가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사이에 경욱이에게 보조바퀴를

뗀 윤석이 자전거를 태웠습니다.

비틀비틀 하면서 몇 번 넘어지더니 곧잘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10분 정도를 손으로 잡고 따라다니다가, 손을 놓아봅니다.

그러자 경욱이는 넘어지지도 않고 혼자서 굴러갑니다.

커브도 멋지게 돌아냅니다.

혹시 넘어질까 따라다니다가 너무 빨라서 따라다닐 수 없는 지경입니다.

어제는 경욱이는 자신의 힘으로 가장 빨리 달린 날이었습니다.

앞 머리칼을 날리면서 가을하늘 아래에서 씽씽 달리는 여섯 살 경욱이(실제로는 만 4년 10개월)가

참으로 장해보입니다.

그렇게 달리다가 어떤 초보 아줌마와 부딪혀 나동그라 졌습니다.

재빨리 달려가서 일으켜주면서, 자랑스레 한마디 합니다.


"오늘 처음 배우는 날이라서요..죄송합니다."


아줌마는 아무 대꾸없이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아유 그런데 잘 타네요~'

라는 말을 기대했던 불출이 아빠는 약간 머쓱해지지만 그래도 좋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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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이는 작년에 보조바퀴를 떼고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때는 엄마가 함께 했습니다.
어제 경욱는 내릴 때 몇 번 나동그라졌지만, 그래도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풀쩍 뛰어내리는 게
약간은 무모하지만 멋지게 보입니다.
하지만 안장이 높아서(다리가 짧아서) 아직 혼자서 출발은 못합니다.
어제 경욱이는 혼자 서는 법을 하나 더 배웠습니다.
지지난주 일요일 유치원체육대회에서 경욱이가 달리기를 했는데, 무려 6등이나 했답니다.
17명 정도 뛰어서 6등을 했다니.....
이것은 우리 청도김씨 가문에서는 족보에 남길 성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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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공원에는 새빨간 사루비아가 가을이 깊어감을 알립니다.
사루비아는 브라질이 원산지이고 8-10월에 개화를 하지요.
꽃을 따서 꽁무니를 빨면 꿀이 조금씩 나와서 달콤합니다.
어제 윤석이와 경욱이는 사루비아 꽃을 따서 꿀을 빨아 먹었답니다.
식성이 촌스러운(?) 경욱이는 역시나 좋아하더군요.

2001. 10. 29.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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