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머니의 뱃속은 무중력과 같아서 자유 그 자체였다.

태어나니 지구의 중력은 무거웠다.

몇개월이 걸려서 뒤집고, 기다가, 앉고, 서기를 배우고, 마침내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뛰었다.

뜀은 늘 경쟁이었다.

이제는 다시 걸으면서 함께 연대하며 자유롭고 싶다.


 

 

1. 개척단 신청과 탈락

코오롱 홈피에서 삼남길 개척단 신청을 받는다는 글을 보고 덥썩 신청했다 낙방했다.

발표일에 내 아이디가 없음에 씁쓰레한 마음보다 쪽팔림이 엄습했다.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한겨~'

 

 

2. 뜻하지 않은 행운

지난 주 출장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코오롱인데요, 삼남길 신청하셨죠?"

"네~"(떨떠름하게...)

"저기...2기 개척단에서 못가시는 분이 계셔서.. ksg4u님이 후보..아니 대기자 명단에 들어 있어서 전화드렸는데 이번 토요일 갈 수 있는지요?"

'와이구 황감하여라..천지개벽이 일어나도 가야지요.' <--- 요건 속엣말..

"아 그래요~ 음, 스케줄 좀 보고 전화 드리지요" (텅 빈 스케줄을 볼 것도 없었음)

 

 

3. 광주로

광주에 12시까지 도착하랍신다.

영등포역 06:13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좀 졸다가, 조금은 자다가, 음악도 듣고, 열차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먹다보니 광주역에 10:40분경 도착했다.

역에 내리기 전에 갑자기 곁에서 수십갑자의 내공이 스쳐서 흠칫 놀라서 보니 통로를 지나가는 인영이 있어 유심히 살펴보니, 코오롱스포츠의 윤기와 간지가 뭉쳐서 좌르르르 흐르는 새 신발을 신고 있다.

'흠~ 저 양반이 바로 네이버에서 활동중인 파워 블로거 정모씨구만...'

열차에서 하차하면서 wjd949494님과 인사를 하고 함께 광주역을 나왔다.

빛고을 광주라는 지명은 헛되지 않았다.

푸른 가을하늘에 맑은 햇살이 광주역앞 육거리를 비추고 있었고, 광주역앞의 느티나무는 빨갛거나 노란 단풍으로 곱게 타고 있었다.


 

4. 광주에서 해남으로

광주역에서 속속 도착하는 개척단 2기 멤버와 코오롱 직원, 손대장님과 실장님과 그 직원분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시간 맞추어 12명이 모두 도착했다.

이동하는 동안 singleway 님께서 앞에 나오셔서 사회를 자청하시어 삼남길과 해남에 대한 향토문화가처럼 상세하게 설명을 하시고 단원들을 소개인사시키고, 2기 기장을 즉석에서 뽑아서 분위기를 이끄셨다.

 

 

5. 개척 1일차 <통호리에서 영전백화점>

통호리에서 하차하여 단체사진을 찍고 노회하고 숙련된 실장님의 작업설명이 있었다.

(워낙 카리스마가 넘쳐나서 동갑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스물여덟 총각이랜다. 된장~괜히 쫄았어..)

1기들의 후기에서 본 후드티는 언제 주냐고 물어보니, 2기는 Hip Sack을 준다고 했다.

과연..노란색 일제 Hip Sack을 튼튼한 벨트와 함께 전 인원에게 제공하였다.^^

단체사진을 한 장 찍은 다음에 페인트조, 낫질조, 리본조, 실리콘조로 나누어 삼남길 개척 노역장(?)에 투입되었다.

통호마을 뒷편의 1기 개척단의 작업종료점에 도착하여, 손대장님께옵서 페인트 칠하는 요령과 리본 묶는 법을 친히 시전(施展)하시어, 배우는 우리 개척단으로 하여금 황감하여 몸을 둘 곳을 찾지 못하게 하시더니, 그날 저녁무렵까지 선봉에서 낫질로 적진을 과감히 돌파하는 선봉장의 모범을 보이셨다.


<락커신공 제12초식을 시전중인 대장님...엄숙하고도 경건하다 ^^>

 

물론 그날 밤 모둠자리에서 손대장님의 재미난 삽질도 있었지만 낫질이든 삽질이든 모두 순수한 자연인의 매력이었다.

논두렁길과 밭길을 헤치고 땅끝교회를 거치고 언덕을 넘어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 있는 중대마을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는 순간 이내 출발이다.


<노란 Hip Sack을 차고 숲길을 헤치는 단원들>

 

 

중대마을을 지나쳐 잠시 77번 지방도 아스팔트를 따라 걷다가 다시 왼쪽 흙길로 접어들면서 작은 언덕을 넘어서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는 사구리마을에 도착하였다.

사구리 마을의 할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일행은 마을 모퉁이를 돌고 있어 발걸음을 또 재촉한다.

작은 저수지를 끼고 도니 산을 오르며 길을 개척을 해야 하는 코스였다.

칡넝쿨과 망개덩쿨, 개옻나무, 싸리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었는데 리본을 매달고 낫질을 하며 겨우겨우 윤도산을 올랐다.


<윤도산 고갯마루에 팻말을 달고 한 컷>

 

 

고갯마루에서 잠시 쉼을 하고 서호리를 향하여 내리막길로 나아갔다.

내리막길에 있는 돌무덤에 돌 하나씩 얹으며 내려가는 길에 만난 초피나무가 반가웠다.

열매는 아주 강한 향신료인데 산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녀석이다.

초피나무와 작별인사를 하자 연이어 꽤나 잘 자란 삼나무 숲 길이 나왔다.

피톤치드가 많은 녀석이라 했던가...

도로를 막고 있는 나무들을 치우면서 진행하니 절로 걸음은 느려지는데, 대장님은 무전기로 빨리 오라고 엄명을 내리신다.

서둘러 산을 벗어나니 벌써 해거름이 다 되어간다.

 

추수를 끝낸 가을벌판을 해 저물녁에 보는 것은 또 얼마나 오랜만에 접하는 풍경인지.....

봄부터 시작한 볍씨파종에서, 물대기, 논고르기, 모내기, 농약치기, 피뽑기, 논매기, 벼베기, 탈곡하기..

아흔아홉번의 손길이 가야해서 일백 백(百)에서 한획이 빼서 백미(白米)라고 했다던가..

벼 추수를 끝낸 가을벌판은 아흔아홉개의 주름을 가진 시골촌로의 단내나는 수고로움, 수확의 기쁨, 벼수매에서 느꼈을 박탈감이 그대로 남아있어 애잔함을 갖지 않고는 바라 볼 수 없게 만든다.

땅거미 내리는 서호리 벌판을 뒤로하고 대장님의 엄명에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니 해남의 유명한 백화점인 영전백화점에서 대장님이 기다리고 계셨고, 뱃가죽은 이미 등에 붙었다.

 

6. 맛있는 저녁과 모둠자리

영전리에서 땅끝마을로 버스로 이동하자마자 식당부터 들어갔다.

강호동이 1박2일을 하면서 들렀다던 식당이란다.

상큼한 열무로 만든 물김치, 묵은김치, 갓김치가 상큼하였고, 김을 재료로 하여 특별한 김전이 향긋했다.

말린 우럭구이와 간장게장과 돼지수육이 영양분을 책임졌고, 톳무침과  나물 몇 가지가 향기를 뿜으며 비타민을 책임졌다. 낙지젓갈, 갈치속젓, 바지락젓이 입맛을 자극하고 구수한 된장국이 전체 맛을 아우르며 여운을 남겼다.

더불어 나온 막걸리는 절로 입에 쩍쩍 달라 붙지만 이태백과 친하지 못한 체질이 원망스러운데, 앞에 앉은 부산낭자는 잔을 채울새라 금새 비워내어 기를 죽였다.


<또 먹고싶다..꼴~깍~>

 

꿀맛같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함께 모여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12명의 개척단과 대장님, 실장님, 코오롱직원까지 모두 한 방에 모였고, 술과 음료수 및 안주는 기장님께서 흔쾌히 쾌척하셨다.

모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는 삼남길의 홍보계획, 코오롱스포츠의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감사, 다음날 개척에 대한 계획, 대장님의 무용담, 기장님의 1억 날린 이야기 등 흥미있는 주제가 끊이질 않고 이어지는데, 이야기 중간중간에 실장님의 대장님에 대한 퉁박은 압권이었다.

두 분을 "톰과 제리"에 비유한다면, 톰은 손대장님, 제리는 실장님이 되겠다.

그런데 두 분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부러움을 느낄 정도로 깊음을 알 수 있었다. 

중간에  singleway님과 손대장님이 다시 사비를 내어 술과 음료를 보충하였고 결국 어떤 분이 바람잡는 바람에 삼치횟집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잠이 몰려와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참, 그날 먼저 염치없이 불끄고 자리에 눕는 바람에 고양이 걸음으로 샤워를 해야 했던 현환군과 현민군 그리고 wjd949494님께 죄송함을 전한다.

 

<현민군~ 君이 전날 밤 코고는 일행때문에 잠을 못잤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날 밤은 현민군의 코골기에 다들 잠 설친 거 알쥐? ^^>

 

 

7. 땅끝마을의 일출과 아침식사

혹자는 아침 6시 34분이라 했고, 혹자는 36분이라고 했다.( 뭐가?  해뜨는 시각이...^^)

wjd949494님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선잠이 깼다.

이불 뒤집어쓰고 3분 12초간 고민을 하다 벌떡 일어났다.

옷을 있는대로 다 입고 밖에 나오니 5시가 조금 넘었고, 바람이 차가웠다.

hangil42님, singleway님, wjd949494님, dotleem군과 함께 전망대로 향했다.

반달이나마 달빛이 밝아서 길을 걷기 편하더니 숲으로 접어드니 아예 칠흑같은 어둠이다.

dotleem군이 랜턴을 가져왔기가 다행이다.

30분 남짓 걸려 전망대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먼저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쪽이 동서남북인지 알 수 없고 하늘에 별만 총총하다.

몇십년만에 북두칠성과 북극성과 삼태성을 찾으며 하늘바라기를 하다보니, 멀리 섬과 섬사이에서 옅은 붉은 기운이 어리면서 그 쪽이 동쪽임을 알려준다.

그때부터 wjd949494님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좋아라하는데 당최 춥기만하다.

'아.....잠이나 더 잘 걸...ㅡ,.ㅡ;'

별리 점차 스러지더니 본격적으로 일출이 시작된다. 

조금 있으니 하루종일 낫질로 피곤했을 rcyforever군이 카메라를 메고 올라왔고 드디어 일출이 본격적으로 붉은 기운이 움트며 일출을 시작되는데, 오메가(Ω)는 볼 수 없다고 하여 아쉬웠다.



 

똑딱이로 사진을 몇 장 찍은 다음에 땅끝 탑을 들러 식사하는 곳으로 가니, 따끈한 전복죽이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8시에 모여 다시 차로 영전백화점으로 출발하였다.

 

 

8. 개척 2일차 <영전백화점에서 서홍리 사무소>

 영전백화점에서 통새골 , 쇄기들을 거쳐 장말둥들에서 길은 두개로 나뉘었다.

썰물시간에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해안길과 밀물 때 걸을 수 있는 내륙길로 나뉘었는데, 해안길을 개척조로 나뉘어 해안을 따라 걸었다.


<신새벽에 노력동원에 나선 대원들 ^^>

 

 

마침 썰물에 드러난 갯펄이 오른쪽으로 넓게 드러나 있었고, 멀리 완도가 보였다.

왼편으로는 솔밭을 끼고 해변을 걷다보니 고운 돌들이 물에 젖어 반짝인다.

솔밭끝을 앞두고 다시 육로를 택하여 내륙길과 합류하여 묵동리와 신홍리를 왼편에 두고 걷다가 바다의 향기라는 펜션이 있는 해안길로 향했다.

산길이 아니다 보니 낫조는 낫들고 기역자도 모를 정도로 한가했지만, 페인트조와 리본조는 자신들이 산으로 가는지 들로 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바빴다.

해안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가지럼들을 거쳐서 서홍리 사무소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잘 자라는 배추와 쪽파와 마늘밭이 보기 좋았다.

서홍리 사무소에서 개척 2일차를 마치고 짐 정리와 사진촬영을 한 다음 점심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벌판에 홀로 선 곰솔>

 

 

9. 남창 김가네 기사식당에서 중식후 광주역으로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에 있는 김가네 기사식당은 해남최초의 뷔페형 식당이란다.

6,000원인데 음식의 가지수도 그러려니와 감칠맛은 서울을 고급호텔뷔페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조금 욕심을 내어 음식을 담아놓고 앉아서 차림표를 보니, "남기면 6,000원 벌금"이란다.

이른 아침부터 걸었던지라 다들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산더미모양으로 쌓아놓고 먹는데, 처음에 걱정했던 벌금은 기우였다.

깔끔하니 비운 다음에, 밤 몇알과 삶은 고구마까지 챙겨들고 식당을 나왔다.

곧바로 승차하여 광주터미널을 거쳐 광주역에 하차하면서 1박 2일의 개척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올라오는 기차는 오후 4시 KTX, 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다소 길었지만  singleway님, wjd949494님 그리고 코오롱 직원 2분과의 대화로 상대적인 시간은 오히려 짧았고 아쉬움을 남겼다.

 

 

 

에필로그

돌아오기 위하여 떠남이 여행이라고 그랬던가.

그런데 이번 여행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한 여행이었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걷는 내내 두 다리의 존재감을 느끼며 행복했고, 나의 망막으로 들어온 모든 빛은 축복이었고, 함께 걸음을 나눈 2기 동기들 모두가 친구였다.

 

 

 

 

episode0008님~

웃음이 아주 멋졌구요, 락커공장 사장 아들처럼 락커칠에 열중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마이콜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도 좋았답니다.

 

saraen님~

부모님을 생각하시는 모습, 그리고 신청글에 올리신 화려한 이력에 홀딱 반했어요.

수줍지만 할말은 다 하시는 모습과 자진해서 심부름을 나서시는 모습도 멋졌어요.

 

singleway님~

해박한 지식과 좌중을 압도하는 리더십이 멋졌어요.

저녁에 가진 모둠자리를 파하고 담배를 태우시면서 말씀하신 '배려와 이해'도 가슴 깁수키 감동을 주셨어요.

 

boim님~

엄청난 내공을 숨기시고 계신 듯 한 과묵한 포커페이스...ㅎㅎ

일출사진을 제가 보이며 자랑질(?)하셨을때가 가장 매력적이었다는 거 아실래나?

 

rcyforever님~

낫질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보기보다 민첩한 산행실력과 빼어난 사진실력에 반했어요.

 

hjk2722님~

상큼발랄한 젊음이 뭔지를 유감없이 보여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뭐든지 열심히 하시려는 모습이 곁들여 언제 어디서라도 사랑과 귀염을 독차지하실듯 해요.

제 아들이 5살만 많았어도 ............

 

hangil42님~

아침에 무등산행에다 오후에는 낫질 삼매경..정말 강철체력이세요.

투덜이스머퍼같은 모습, 참 귀여우셨다면 실례일테지요. ^^;

포항에는 잘 가셨지요?

 

dotleem님~

2일차 페인트 파트너...그래서 더 기억이 나네요.

일출볼 때 주신 커피 한 잔은 최근 2년간 먹은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답니다.

그리고 늘 웃음을 머금고 계신 모습이 근사했답니다.

 

wjd949494님~

우리, 가장 먼저 안면트고 가장 오래 함께 했지요.

금방 친하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근사했다는 거 알지요?

그리고 온통 끼와 에너지로 철철 넘치는 모습이 정말 짱이었네요.

 

stack02님~

대한항공 보잉기 기장보다 더 명예로운 삼남길 개척단 2기 기장님 !

어쩜 몸매가 그리도 근사하신지..기 죽는일 없던 제가 왕창 기가 죽었지요.

너그로운 웃음을 늘 간직하시길 빌구요, 우리 2기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려요.

 

syeuy님~

발목 삔 거 다 나으셨지요?

2일차에 정말 열심히 빗자루 담당하시는 모습 멋졌어요.

내외하느라(제가 수줍음이 좀 많아요. ^^) 친하게 못해드린 거 내내 미안했단거 아시죠?

 

ksg4u님~

어!!

이건 나네. ^^

 

 

그리고.................

 

낫질과 삽질의 대가이신 대장님~ 

멋진 삼남길을 완성하시길 진심으로 빌어요.

부드럽게 웃으시다가도 일에 대한 문제는 눈에 빛이 나도록 열정과 신념을 가진 모습에...

역쉬 대장이야~ 하고 느꼈지요.

 

이름을 까먹은 선글라스의 부대장님~

대장님을 도와서 멋진 삼남길 만드시길 바래요.

 

장실장님~ ^^;

우리 2기들이 실장님께 얼마나 많이 반했는지 잘 모르시죠?

적당한 카리스마와 또 적당한 유머감각과 일할 시간과 쉴 시간에 대한 구분하는 모습..참 좋아요.^^

 

정실장님과 함께하신 세 분...

정실장님이 좀 무섭죠?

그런데 실장님 밑에서 일을 3년만 배우면 세상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엔 행운입니다. (돌 맞을라...ㅡ,.ㅡ;)

 

박대리님~

너무 착해서...우리나라 법관과 경찰과 검사를 다 할 일없이 만드실 것 같은 그 이미지...

박대리님처럼 맑은 분을 뵌 것이 이번 여행에서 큰 수확입니다.

저도 아들을 그리 키워야지 하면서..........

 

석OO님~

코오롱회장님이 꿈이시라 하셨지요?

함께 웃었지만, 제 신입사원 시절을 잠시 생각했더랍니다.

뉴질랜드로의 MTB 여행이야기하시면서 반짝이는 눈빛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뉴질랜드로의 여행과 회장님 되실 그 꿈 꼬옥 이루시길 바래요.

 

 

 


<감국, 차로 만들면 향이 아주 좋다>

 


<땅끝마을의 코스모스>

 


<갈대너머로 보이는 갯펄, 아스라히 완도가 보인다>

 


<중대마을의 보호수 후박나무>

 


<찍는 자세부터 간지가 흐르는 wjd949494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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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워킹] 대한민국서 가장 걷기 편한 1천리 `삼남길`
해남 - 강진 - 나주 - 광주 - 완주 - 익산 - 논산 - 공주 - 천안 - 평택 - 수원 - 남태령 - 남대문
  

■매일경제ㆍ코오롱스포츠 공동 기획


매일경제신문이 코오롱스포츠(kolonsport.co.kr), 로드 플래너(road planner) 손성일 대장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걷기 편한 `길`을 만듭니다. 바로 `삼남길`입니다. 이 길은 한반도 동맥과 같은 길입니다. 조선시대엔 군사는 물론 진상품이 이동한 경로였고, 과거를 보거나 장사를 위해 선조들이 한양으로 간 길 역시 다름 아닌 이 길입니다. 무엇보다 의미가 깊은 건 이 길이 `수평`이라는 점입니다. 모름지기 길은 편해야 합니다. 수직을 지향하는 등산로나 목표 지점을 정하고 가는 트레킹 코스와는 그래서 다릅니다.


전남 해남에서 시작되는 이 삼남길은 강진, 나주, 광주, 전북 완주, 익산, 충남 논산, 공주, 천안, 경기 평택, 수원, 서울 남태령, 남대문까지 1000리가 이어집니다. 아마 한반도에서 가장 길고, 느리면서, 편한 길로 남을 것입니다. 첫 스타트는 대한민국 만화계 대부인 이현세 화백과 함께했습니다. 느리면서 편한 아날로그식 삼남길과 만화라,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시는지요. 자 그럼 출발합니다. 서둘지 마시고 느리게, 편하게, 천천히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이현세 화백과 함께 길을 떠나다


◆ "느리고 수평적인 길이라. 거 좋다"


이현세 화백(가운데)과 함께 로드매니저 손성일 대장(왼쪽), 신익수 기자가 삼남길 쌍령고개 구간을 느릿느릿 걷고 있다. 구불구불 쌍령 정상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늘 숲의 생기가 넘치는 삼남길 "생동"의 구간이다. <이충우 기자>

 

 

지난 13일 천안시 인근 쌍령고개. 나뭇가지를 장난스럽게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이현세 씨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기자는 안다. 전날 술과 함께 달렸음을. 대한민국 만화계 지존 이현세. 그는 `음주계 지존`이기도 하다. 폭탄주 20잔을 먹고도 끄떡없다. 스스로도 "주량이란 게 있어? 필름 끊어져 봤어야지" 하고 능청을 떤다.


요즘 이현세 씨 명함은 무려 4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애니메이션ㆍ드라마 제작자가 하나.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직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영원한 `화백`이라는 직함. 천하의 이현세라도 바쁜 삶에 신물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느리고, 편하면서, 천천히 갈 수 있는 삼남길 취재에 함께하자는 유혹에, 휴대폰까지 던져둔 채 기꺼이 동행했으리라. "이런 멋진 길을 가는 데 휴대폰은 잠시 꺼둬야 한다"며 능청스럽게 호기까지 부리신다(술에 만취해 깜빡 잊고 화실에 두고 온 게 뒤늦게 밝혀졌다).


삼남길은 한반도의 동맥 같은 길이다. 전남 해남에서 시작해 강진, 나주, 광주, 전북 완주, 익산, 충남 논산, 공주, 천안, 경기 평택, 수원, 서울 남태령,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1000리 길이다. 진상품도, 군사도, 사신도, 관료들도, 과거를 보러 갔던 선비들도, 심지어 유배자들까지 모두 이 길로 다녔다고 한다.


이현세 씨와 함께 잡은 첫 답사 코스는 쌍령고개.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IC에서 빠지면 23번 국도로 이어진다. 이 도로를 따라 5분쯤 달리면 차령터널. 바로 이 앞에서 35번 구도로로 접어들면 다시 쌍령고개로 이어지는 옛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심에선 이제 보기조차 힘들어진 흙길. 폭 2m 남짓한 길을 따라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선 소나무가 흙길과 함께 절경을 만들어낸다.


◆"쌍령고개…이 길은 귀한 길이지"


"차령이 수레나 우마차가 다닌 큰길이라면 쌍령은 그야말로 서민들 길이었지. 차령터널이 뚫리면서 쌍령은 더 소외를 받았는데, 그 덕에 옛길의 정취를 고스란히 갖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야."


타박타박. 아스팔트가 딱딱한 겉옷을 입은 지구 표피라면 흙길은 맨살이다. 그러니 리듬이 있다. 그 맨살의 굴곡을 따라 생기가 그대로 발바닥에 전해진다.


사실 이현세는 걷기 예찬론자다. 지금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닌다(물론 술 취했을 때만). 골프를 할 때도 카트를 멀리한다. 티샷을 한 뒤엔 아예 뛰기도 한다. 물론 그가 즐기는 건 등산이 아니다. 트레킹도 아니다. 등산과 트레킹이 수직적이라면 이현세식 걷기는 수평적이다.


"모름지기 걷기란 편해야 하거든. 걸으면서 힘든 것, 그것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잖아. 트레일 알지? 가볍게 오솔길을 걷는 듯이 걸을 수 있는 코스. 거기에 딱 알맞은 코스가 바로 이 삼남길인 것 같네."


수평적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삼남길이 수평을 지향하는 트레일 코스긴 해도 고개는 고개다. 게다가 차령고개를 둘러가는 코스보다 20리가 짧다는 지름길이 쌍령이다. 어느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질문조차 꺼내기 힘들어 하는 기자에게 이 화백이 되레 묻는다. 걷기의 매력이 뭔지 아느냐고. 글쎄다. 이렇게 힘든 게 매력일 리는 없는데….


"걷기는 그 마을, 그 지역의 속살을 볼 수 있잖아"


"등산이나 관광은 점과 점의 여행이잖아. 각 점을 찍고 오는 게 목적일 수밖에 없지. 걷기는 달라. 선의 여행이거든. 그냥 줄줄 다니면서 구석구석 다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러고 보니 만화와 길은 닮은 구석이 많다. 기자에겐 만화가 시각적 매체일 뿐 아니라 촉각적 매체다. 종이를 만지고 또 넘기면서 인쇄된 활자의 스토리는 색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TV나 영화에선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느낌이다. 길 역시 마찬가지다. `촉각`을 통해서만 그 의미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만화에 `손길`이 끊기면 그 만화는 죽은 만화다. 길도 그렇다. 사랑을 해줘야, 밟아주고 다져줘야 그 길은 생명을 이어가게 된다.


삼남길은 통일을 염두에 둔 길이라는 설명을 하자 이 화백 입이 쩍 벌어진다. 서울까지 이어진 이 길은 의주대로를 따라 신의주를 거쳐 중국과 유럽까지 뻗어 간다. 걸어서 가는 `아시안 하이웨이`인 셈이다.


삼남길이야 그렇다 치고 `영원한 화백` 이현세는 어떤 길로 가게 될까. 싱긋 웃더니 `70세가 되면 동화 들려주는 할아버지 작가`가 되고 싶단다. 세계적인 동화를 이현세식으로 해석해 만화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장르를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이다.


어째, 가장 한국적인 길인 삼남길로 걸어서 가는 아시안 하이웨이를 만들겠다는 구상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럴 것이다. 인생의 길이건, 바닥에 깔린 길이건 세상 모든 길은 결국 통하게 마련이니까.


■ 삼남대로 그리고 트레일


 `트레일 워킹(trailwalking)`은 가벼운 걷기다. 산을 오르는 `트레킹`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트레일의 원래 뜻이 그렇다. 사람들이 오가는 자연의 오솔길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수직적 높이를 추구하는 `등산`과도 다르다. 수평적이면서 평화적이다.


요즘 대세는 트레일이다. 뻔한 걷기에 지쳤고, 등산에 부담을 느끼는 레저족이 가세하면서 트레일 인구는 급속히 늘고 있다. 등산보다 체력 소모도 작아 실버 세대도 편하게 즐긴다. 트레일 코스도 늘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에 이어 서울 성곽길 등 해마다 증가세를 타고 있다.


삼남대로는 트레일 워킹을 위한 길이다. 코스는 전남 해남에서 시작해 강진, 나주, 광주, 전북 완주, 익산, 충남 논산, 공주, 천안, 경기 평택, 수원, 서울 남태령,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1000리 길이다. 삼남대로 시발지는 제주로 이어지는 땅끝 지점인 전남 해남땅 관두포항과 강진 마량항이다.


이 길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용도는 군사길이다. 이 길을 통해 관리들을 임지로 파견하고 군사도 이동시켰다고 한다. 진상품도 이 길을 따라 이동했고, 과거를 보거나 장사를 위해 한양으로 간 길 역시 삼남길이다. 이 길은 아픔의 길이기도 하다. 중앙관리가 제주도 유배지로 귀양을 갈 때도, 임진왜란 때는 왜구들 역시 침략을 위한 요로로 이 길을 이용한다. 현재 삼남길은 해남 땅끝 탑에서 시작해 강진 누릿재 구간까지 90㎞가 조성돼 있다. 해남에서 서울까지 삼남길이 완성되면 500㎞에 달하는 대한민국 최대 장거리 도보길이 완성된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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