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칼의 노래이다.
그리고 그의 책을 찾아서 읽었는데, 자전거 여행,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개, 현의 노래, 아들아 평발을 내밀지 마라, 밥벌이의 지겨움, 자전거여행 2,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인 단편소설 '화장'을 읽었다.
적어놓고 보니 나도 김훈의 중독자인가보다.
그리고 이번에 남한산성을 읽었다.
쉬는 토요일이라서 하루종일 책을 들고다니다 보니 다 읽게 되었다.
이들 글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을 꼽으라면 자전거 여행, 칼의노래, 현의 노래를 꼽을 수 있겠다.
자전거 여행은 내가 읽은 한글수필 중 가장 아름다운 글이다.
그리고 김훈 스타일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 역사소설인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그리고 남한산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김훈 스타일이라 함은 그의 역사소설에 나오는 유려하지만 간명한 묘사와 절제되고 정제된 대화, 비중을 지니지 못한 여성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 없는 반어법과 반복, 대비를 통한 묘사를 하지만 핵심을 꿰뚫고 있어 오히려 단정하다.
그의 단어는 유려하다기보다는 빼어난 석수의 손을 거친 화강암같이 강하면서 단아하고 그의 고뇌가 단어 하나하나에 묻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오히려 유려하다.
남한산성은 소설로서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김훈도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고 각오하였을 것이다.
우리의 긴 역사상 가장 수치스런 기억일 뿐만 아니라, 어떠한 희망이나 기대가 없었고, 반전의 가능성도 전혀 없었던 완벽한 절망의 때와 장소와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조는 남한산성에서의 나와서 목숨을 구걸하는 댓가로 삼전도에서 평민의 옷을 입고 청 태종에게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또는 삼배구고)의 항복의식을 치렀다.
절을 한 번할 때마다 세 번씩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것인데 역사의 기록에 의하면 9층 단위에 높이 앉은 청태종은 머리 조아리는 소리가 들리지 아니한다는 트집을 잡아 인조는 머리가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몇십번 머리를 땅에 부딪쳐야했다고 한다.
칼의 노래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여기에서도 글을 읽는 내내 김훈은 '힘없는 정의'가 얼마나 무참(無慘)하고 그 정의가 힘에 의해 농단을 당할 때 또 얼마나 무참(無慚)한 것인지를 낱낱이 알려준다.
그리고 인조 자신의 무참함보다 더 큰 무참함을 후손에게 안겨준 것은 인조는 그 이후로도 13년이나 임금노릇을 하였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나 또한 무참하였다.
그리고 400페이지 가량되는 책을 한 권으로, 그것도 이쁘게 만들어 출간한 저자와 출판사가 고맙다.
2007. 6. 3 맑은날
사진을 클릭해도 큰 사진 안보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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