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8일, 큰 녀석 학원 일정, 일기 불순, 귀차니즘, 게으르늄, 기타 잡다한 사유로

방학 내내 집 안에만 갇혀 지냈던 녀석들을 데리고 수영장을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양재동 시민의 숲에 있는 교육문회회관 야외수영장...

찐 옥수수 몇 개, 김밥, 빵, 복숭아, 포도, 얼음물, 얼린 맥주를 아이스팩에 넣고,

수영복, 수영모, 수건...........등속을 챙겨서 가방 두개를 싣고 출발한 시각이 9시40분....

올림픽대로는 막히지 않고 시원하게 길을 열어 주었다.

경욱이가 좋아하는 Beatles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흥얼거리면서 달려서 도착한 시각은 10시20분..

교육문화회관 주차장은 많이 붐볐다.

건물 전체를 한바퀴 다 돌아서야 겨우 빈 자리 하나 찾아서 주차한 다음..

수영장으로 들어섰다.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있다.

그날의 날씨는 유독 비가 많은 올 여름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야외수영장을 이용하기에

적당한 유일한 하루같아서인가...

입장하자마자...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자리를 깐 다음, 두 녀석을 데리고 탈의실로 가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왔다.

수영복을 입기를 거부하는 아내에게 짐을 지키라고 한 다음 수영장으로 들어섰다.

어릴 적부터 물을 겁내는 나와는 달리 두 녀석은 물만 보면 거의 '환장'하는 수준......

유수풀, 파도풀, 슬라이드를 번갈아가며 '물에서 사는' 수준으로 논다.

파도풀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두 손으로 깍지를 낀 다음 두 손에 무릎을 구부리고 마주보며

올라서게 한 다음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위로 던져 올리면 아이가 그 힘으로 솟구쳐 올라서

공중에서 제비를 한 비퀴 돌면서 물에 다이빙 하는 놀이를 하였는데,

던져 올리는 나로서는 노가다 수준이지만 두 녀석은 그 재미에 푹 빠져서  슬라이드보다

더 재미있다고 하였다. (착한 아빠다...스스로 생각해도...창의적이기도 하고...므흣!)

그렇게 오후 네시까지 수영장에서 살다시피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샤워장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데..세상에 윤석이 바지가 없어졌다.

틀림없이 아침에 탈의할 때 맘이 급해서 아무곳에나 벗어둔 모양이다.

여기저기 찾아봐도 없다.

난감한 상황..

삼각수영복 입고 나갈 수 없어서 결국 해결책이..내가 입은 사각수영복을 입히고 나왔다.

 

출출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점심식사를 하러 간 곳은

그 이름도 유명한 "명문기사식당"

삼전동에 있는 묵은지김치찌게(똑딱이 찌게)식당의 분점으로 방배동에 있다.

조미료를 넣지 않고 콩나물 삶은 국물을 육수로 해서 묵은지와 돼지고기만 넣어 끓인 것이다.

주차장에 파킹을 하니 택시만 주차하고 있어서..아내는 갈지 말지를 심하게 갈등하는 상황..

그랬거나 말거나 피곤해하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서니 곧바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

네 개가 나온다.

반찬은 묵은지 김치, 무 말랭이, 콩나물 무침...

콩나물무침을 찌게에 넣은 다음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래 찌게류를 좋아하는 두 녀석은 밥 한 공기를 다 먹더니 두 녀석 모두 밥 공기를 가지고 가서

반공기씩 추가로 가지고 와서 먹는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마치자 마자 식탁에서 사소한 논쟁을 한다.

아내 왈 : 저녁 잘 먹었지?  (선수치기)

아들 왈 : 엄마 저녁은 스파게티로 해줄 거지? (권리의식)

일어나서 나오는데 밥값이 환상적이다.

무조건 1인당 4,000원, 밥 추가는 무료......

두 녀석은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다짐을 하면서 나왔다.

 

이제 집으로 가서 쉬는 일만 남았다.

남부순환도로는 약간 밀렸다.

 

오는 길에 있었던 대화의 일부이다.

수영장 가시는 분들 참고하시라고 고백하는 이야기이다.

 

경욱이 : "아빠! 오줌은 왜 뜨거워?"

맑은날 : "뜨겁다니? 미지근한 게 아니구?"

경욱이 : "아니, 오늘은 뜨겁던데...."

윤석이 : "하하하하하!!!!!"

맑은날 : .........................

아  내 : ???????????????

맑은날 : "너희들, 몇 번 했니?"

경욱이 : "난 많이 했어..."   (무책임한 행동)

윤석이 : "난 파도풀에서 파도가 밀려올 시간에 맞춰서 했어."  (영악한 행동)

맑은날 : "소변은 그냥 체온과 같이 36.5도인데, 수영장 속에서는 물 온도가 30도 정도로 체온보다

            낮으니까 피부온도도 낮아져 있는 상태에서 36.5도의 소변이 나오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거야. 체감온도의 상대성이라고나 할까............."  (과학적 분석)

아  내 : "어휴, 더러워..그럼 수영장 안에서????"   (도덕적 평가)

남자들 : ^__________________^;;  (양심의 가책)

 

그렇습니다.

저는 그러지 않았지만(진짭니다.......아!  진짜래두...^^)...녀석들 몇 번인가의 실례를 했나봅니다.

그러지 말라고 미리 주의를 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혼내지는 않았습니다.

자식을 과잉보호한다는 것이 아니라..남자아이들은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수영장에서 보면..50분간 수영하고 10분간 쉬는데, 쉬는 시간에 남자화장실에 가보면

소변보러 온 아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음료수를 먹으러 가 있습니다.

그런데 물 속에서 수영을 하다보면 소변이 자주 마렵습니다.

오늘의 퀴즈 : 그러면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마신 물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

(참고로 저는 수영장에 갈 때...이용객의 60% 가량의 소변칵테일을 맛 볼 준비를 합니다. ㅡ.ㅡ;)

 

참, 수영장에서 아이 생명을 구했습니다. ^^

파도풀에서 파도를 느끼고 있는데. 눈 앞에 다섯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한쪽 발에 뒤집힌

오리튜브(기저귀모영으로 양 발을 끼우는 튜브)가 끼워진 채, 몸을 세우지 못하고 물을 마시며

버둥거리고 있었는데, 얼른 잡아서 구한 것이지요.

주위에 둘러보니 보호자도 없어..아이는 물을 마신 탓인지..약간 얼이 빠진 듯이..울지도 못하고..

안고 밖으로 나와서 안정을 시키고 한참을 있으니까 아이 엄마가 데려 가더군요.

제가 없었어도 큰일이야 있지는 않았겠지만..무심한 아이엄마가 한심해보이더군요.

그렇게 여름 막바지에, 방학 막바지에 아빠노릇을 한번 했습니다.

 

2007. 8. 20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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