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또 늦었다.

추석에 부산이랑 마산을 들러 오는 바람에 여독이 남은데다,

어제도 중간고사 시험준비 때문에 잠을 늦게 잔 탓이다.

서둘러 책가방을 챙기는데, 오늘 재량휴업으로 학교가지 않는 경욱이가

책가방은 제대로 챙겼냐느니, 수저통 챙겨라면서 약을 올린다.

오늘 같은 날은 초등생이 부럽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서서 자전거를 꺼낸다.

아빠는 지각할 때면 위험하다고 자전거를 타지 말고 오히려 걸어서 학교가라고 하시지만

늦을 때는 자전거가 그래도 짱이다.

서둘러 페달링하여 횡단보도 두 개를 건너서 학교에 갔다.

신호빨만 좋으면 5분이면 갈 수 있다.

늦은 탓인지 등교길에 아이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 씨바~~~, 졸라 늦었나보다...’

지난 번 지각 때 선생님께 조준사격 당한 매가 떠오른다.

더욱 힘차게 달려서 교문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자전거 세워두는 곳에 자전거가 몇 대 보이지 않고,

학교 운동장은 물론 교실에도 아이들도 없다.

또래 한 명이 교문 앞에서 얼쩡거리는 나를 아주 반갑게 맞이하면서 한 소리 한다.


“야!, 오늘 재량휴업이래.”


집으로 돌아오니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친절한 한 마디가 더 쪽팔리게 한다.


“준비물 빼 먹었구나.  서둘러라. 늦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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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학교 가기를 거름지고 장에 가듯 하는 녀석입니다.

거름을 질 망정 남들 다 가는 장날에 가길래 보고만 있었더니,

드디어 이제는 장날도 모르고 돌아다닙니다.  ㅡ.ㅡ;;


지난 4일, 재량휴업일에 학교 다녀와서 하는 소리가 더 가관입니다.


“아빠, 그날 학교 온 아이들은 0.5%정도 될 거 같아. 나 이제 전교에서 0.5%에 들어갔어.”



2007. 10. 1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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