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토요일...
오랜 만에 늦잠을 자려고 지난 밤 늦잠을 자기까지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깨고 말았습니다.
각시가 잠을 깨운 것인데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꽤나 유쾌하지 못하게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남들은 각시의 뽀뽀에..또는 다정한 노래..부드러운 손길..이도 아니면 고운 음악으로 잠을 깬다지만..
분명 지난 토요일은 엽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며칠 전 지각사태가 있었던지라 갈토(학교가는 토요일)인 지난 토요일 각시가
먼저 일어나서 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나 봅니다.
안방에서 잠을 자는 제 귀에 기상나팔 소리 비스무리한 중저음의 크고 긴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화들짝 잠을 깼습니다. (참고로 저는 비행기 소리에도 잠을 안깹니다)
잠을 깨면서 그 소리를 반추해보니..그것은 다름아닌...........
각시의 방귀소리였습니다.
각시의 방귀소리를 첨 듣는것이야 아니지만...그 소리에 잠을 깨고야 말았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이었습니다.
잠을 깼지만 기상매개체가 무엇인지 인지한 저는 한참이나 정신을 놓고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아울러..밑에 집에서 잠 서린다고 항의하러 오지 않나 하는 염려까지 하면서...
사실 저는 결혼 10년차가 될 때까지는 아내가 방귀를 뀐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처녀 적에야 화장실도 안가는 사람으로 알았지요.
화장실에 굳이 갈때는 세면, 세안, 세수 이런 일로만 가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이슬만 먹고 사는 게 아닌 줄이야 알았지만 그냥 완전소화를 하는 것인가보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 각시가 아이 둘을 학교 보내고 숙제 챙기고 하면서......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
사실 남자든 여자든 타인의 방귀소리는 분명 유쾌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나이들면서 둔감해지나 봅니다.
방귀도 잦아지고, 그 소리의 노출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는 거........
사실 저도 지난 금요일 출근하는 길에..아파트를 나서는데..우연히 여고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같이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 뒤에서 한걸음 정도 뒤따라 걷던 제가 방귀를 뀌고 만 것이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꽤나 중후한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자 그 여학생이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갑자기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도망을 가는 것입니다.
머....냄새로 도망간 것이 아니라....웃음을 참느라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민망하였고, 앞으로 주의해야 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걸로 억울한 일도 종종 있습니다.
사무실이 고층이라서 엘리베이트를 늘 타야 합니다.
어느 날, 1층으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트를 기다렸다가 마침 서는 엘리베이트를 탔습니다.
그 엘리베이트에는 저와 비슷한 청년(?)만 홀로 타고 있다 내렸고 연이어 제가 탔습니다.
아! 타자마자 그 놈이 방금 일을 저지르고 내린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도 양이나 농도가 감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큰 일을 말입니다.
내리고 싶었지만 문은 닫혔고 하는 수 없이 코를 최대한 위로 치켜들고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엘리베이트가 두 층을 내려가더니 또 서지 뭡니까.
누가 또 타나보다고 했는데....문이 열리고 멋진 젊은 여성이 힐을 신고 날렵한 걸음으로 사뿐 타고야 말았습니다.
그 여성은 타자마자 화생방 훈련장에 들어선 훈련병처럼 당황을 하더니 급기갸 구석으로 숨어 듭니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골고루 퍼진 상태라서 그 좁아터진 엘리베이트 어디엔들 만만한 곳이 있겠습니까.
결국 그녀는 숨을 흡 하고 멈추더니..급기야 눈알이 씨뻘겋게 충혈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여러 수십가지 감정을 담은 눈길로 저를 몇 번 흘낏거리더군요.
최대의 원망과 경멸과 멸시와 역겨움을 담고서...
마치 돼지라도 보듯이....................
아! 저는 그때 진정으로 '억울함'이라는 감정의 극한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이거 제 꺼 아닙니다.' 라거나...'아까 어떤 사람이 끼고 내린 겁니다'라고 해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말해봤자 들어줄 것도 같지 않았습니다.
불과 여섯 개 층을 내려오는 그 짧은 시간이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던지요.
드디어 엘리비이트가 1층에 서고..그녀는 미처 다 열리지 않은 문을 비집고 뛰쳐나갔고..저도 연달아 뛰어 내렸습니다.
제가 내리자마자 우리회사 여직원들이 떼거리로 그 엘리베이트를 타는 것을 보고..사직을 해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심호흡을 몇 번 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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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메이 음악이 상큼한 7월 첫날, 일요일 아침입니다.
장마비가 간간히 내리고 있네요.
오랜 가뭄의 끝인지 고맙고 반가운 빕니다.
지난 토요일의 후유증인지...외상성스트레스장애인지..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축구 한 판 보고...손가락 토닥거려봅니다.
점심무렵에는 6촌동생 결혼식이 있어 나가야 합니다.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는 칠월을 지내시길 바랍니다.
2007. 7. 1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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