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에는 웃긴다고 누드닭 사진을 올렸는데 반응은 영 션찮고, 당근 그런 글은 쥔장도 별로 이뻐 보이지 않는다.

해서..서둘러 덮어야 했다. *^^*

오늘 아이들 데리고 관악산을 올랐다.

어제 산행을 한 탓에 좀 찌뿌드드했지만, 밤에 비 온다고 하니 단풍이 지기 전에 관악산을 한번 더 오르고 싶었다.

늦잠자고 당연한 귀결로 늦게 아침을 먹은 다음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집을 나섰다.

윤석이 녀석 학원 숙제있다고 하는 걸 끌고 나오면서 마눌의 눈치를 보느라 영어 단어장을 출력해서 들리고, 경욱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배낭에는 얼음물 두 개, 밀감 약간, 포도즙 3봉지(경욱이가 숨겨 가지고 간 것까지 4봉),...

사당역에 내려서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떡을 한팩 사서 넣었다.

 

12시, 산행을 시작했다.

6년 전에 가족이 도전했다가 실패한 산이다.

올해는 두 녀석을 데리고 동네산이랑, 청계산을 다녀본 경험이 있어 가능할 듯 하였다.

초반에 다소 힘들어하는 녀석들을 무시하면서 올랐다.

몇 가지 주의사항을 준다.

- 앞 선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고 너무 바싹 붙지 마라.

- 앞 사람을 질러 갈 경우 '실례합니다'라고 말을 해야 서로가 유쾌하고, 사고 위험도 없다.

- 마주오는 사람이 있으면 좌측통행을 해라.

- 좁은 길에서는 먼저 양보해라.

- 위험한 바위를 탈 때에는 앞서가는 사람과 수직선상에서 뒤따라 가지마라.

"..................."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주의사항을 주의깊게 이야기하고 산행을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면서 휴식을

한번 했다.

<처음 쉴 때, 강아지랑 노는 녀석들>

 

잠시 쉬었다가 드디어 바위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사당에서 연주대까지는 산등성이를 타는데 대부분이 바위이다.

두 녀석을 앞세우고 뒤따라가는데 곧잘 산을 오른다.

 

<산등성이를 오르면서 단풍 배경으로 한 장>

 <암벽을 기어 오르는 경욱이>

<위와 동일, 윤석이는 거의 다 오름>

 

짬짬이 짧은 휴식과 단풍감상을 하면서 오르기를 1시간 20분이 지나면서 마당바위를 지났다.

관악문과 지도바위를 지나면서 다시 서울대학교방면의 단풍을 감상했다.

맑은 날시는 아니었지만, 이를 상쇄할 만치 단풍이 잘 들었다.

중간 중간에 드러나는 암벽과 잘 생긴 바위들은 멋진 조연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단풍은 노랗게 물들고 있었고, 이들은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 종류가 주종이며, 생강나무, 팥배나무, 쪽동백들도 단풍의 물결에 합류하고 있었다. 

 

<관악문을 지나서, 연주대를 바라보며>

 

드디어 나타난 연주대 뒷편 바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뒤따라가는데 아무래도 속도가 좀 늦다.

뒤따라오던 아저씨가 조금 답답했나보다.

바싹 내 뒤를 뒤따르면서 곁에 있는  동료에게 한 마디 하는데 귀에 쏘옥 들어온다.

- 단풍보러 왔는데, 앞 사람 '똥꼬'만 보고 있네....

뒤돌아보며 한 마디 한다.

- 제 바지 뚫어졌어요?  별 게 다 보이시나보다..ㅎㅎ*^^*.

그 아저씨 꽤나 민망, 미안해 하면서 재빨리 정정한다.

- 아..엉덩이..ㅡ.ㅡ;..죄송해요...

- 엉덩이..잘 생겼죠? ㅋㅋ

- ㅠ,.ㅠ;

 

 

<정상의 두 녀석..>

 

마지막 쇠사슬을 잡고 윤석이와 경욱이를 따라 오르니 바로 정상이다.

도착시간은 2시 20분... 두시간 남짓만에 올랐으니 두 녀석 체력이 많이 좋아진 듯 하다.

연주대의 필수..사발면....

한 개당 3,000원씩 하는 고가의 사발면을 세 개 사서 김치깍두기와 함께 먹는다.

막걸리 한 잔을 먹고픈 마음이 자꾸 목을 넘어왔지만....아이들 하산 챙겨야 하기에 참았다. ㅡ.ㅡ;

네가 먹어도 꿀맛인데, 두 녀석의 입에는 오죽하랴..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배가 부르니 주위가 조금 보인다.

구름은 한결 두터워졌고,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듯한 날씨이다.

연주암에 가보자는 윤석이 말을 묵살하고 서울공대방면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가장 단거리이지만, 비가 올 경우 미끄러워서 치명적일 수 있다.

우비를 준비하지 않았기에 재수 좋으면 가장 유리한 코스이기도 하다.

길이 많이 험한 곳은 먼저 내려가서 아이들을 챙겨주면서 하산하다가 윤석이가 쭐떡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제대로 찧었다.

달려가보니 꽤나 아픈 모양이다.

- 아빠에게 매 맞는 것 만큼 아파?

- 응, 그 정도야..

- 에구, 많이 아픈가보네...

 

지나가는 사람이 들으면 이상하게 여길 대화이지만 가장 편한 의사소통이 되는 대화이다. ㅡ.ㅡ;

서울공대 뒤 자운암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빗방울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이 조금 급해지지만, 아이들에게 더욱 천천히 가라고 한다.

오후 3시 30, 드디어 하산완료...

3시간30분만에 관악산 정상을 밟고 내려왔으니, 두 녀석이 참 대견했다.

서울공대인근에 오니 비가 꽤나 보인다.

마을버스를 타고 낙성대역에 가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오는 전철 안에서 윤석이는 영어단어를 외고, 경욱이는 곁에서 집적거렸다.

집에 도착한 뒤 바람까지 불면서 비가 쏟아졌다.

그 시각에도 산에 있었던 사람이 꽤나 많을텐데....사발면파는 아저씨는 어쩌고 계신지..하는 생뚱맞은 걱정을 했다. 

 

2007. 10. 28  맑은날

 

 

 

 

<그외 주연 또는 조연들...>

* 바로 위 세 장의 사진은 위 글과는 무관하니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ㅡ.ㅡ;

* 그러실 분은 없으시겠지만, 사진을 아무리 클릭거려도 크기는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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