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다
태어난 지 50억년,
한번도 진 적이 없었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은
해가 진다고 한다.
태어난 뒤 제 자리를 떠나본 적 없던 해는
지구에서는 아직도 지고만 있다.
365번 거짓으로 지고나서 1년이 간다.
수성에서 진 적 없고
금성에서 진 적 없고
회성에서도 진 적 없던 해가
지구에서만 진다
지구에서는 지구만 빼고 모두 진다.
해도 지고
달도 지고
별도 진다.
그렇게 모든 것이 지고 또 지고
지고 또 져서
지구의 모든 것이 질 때까지 지고나야
해는 더 이상 지지 않을 것이다.
해는 더 이상 뜨지 않을 것이다.
해보다 먼저 지고
달보다 먼저 지고
별보다 먼저 지고
심지어는 나무보다
먼저 져서
태어나고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사람이
자신만 빼고 모두 진다고 한다.
2012. 5. 30 맑은날
여수에서 해경으로 근무하시는 10년 넘은 지인께서 근무중 찍어서 내 주신 사진에
어설픈 글을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