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 띠리링~"

각시 전화다.

 

(이하, 괄호 안은 표준어로 번역한 글이다) 

 

나 :  와? (응, 자기야, 무슨 일로 전화를 했니?)

각시 : 병원이다. (응, 자기야, 나 지금 병원에 와 있어.)

나 : 와? (아니, 병원에는 무슨 일이니? 어디 아픈 거야? 많이 아프니? 아파서 어쩌니?)

각시 : 윤석이 손가락 뿔랐다. (이를 어쩜 좋아요? 사랑하는 큰아들이 손가락을 다쳤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골절이라고 하시네.)

나 : 어데? (아휴, 어쩜 좋으니? 언제 어쩌다 그랬데? 어느 손가락이야? 많이 다쳤어?)

각시 : 계단 니러오다 손잡이에 걸리가 네번째 금갔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손잡이에 손가락이 걸려서 약지에 골절이 생겼어요.)

나 : 쇠박았나? (골절이 심하니? 혹시 핀같은 것으로 고정하는 수술할 정도라고 해?)

각시 : 아이다. (수술까지는 아니고 고정해서 치료하자고 하시네.)

나 : 아랐따. 아 잘 바라.(그래, 잘 알았어, 얼마나 놀랐니? 별 일 없을 거야. 아이 위로 해주고 손가락 조심하도록 당부도 하고 그래.) 

 

 

작년에 둘째녀석 코뼈 부러져서 치료받았고, 올 초에 둘째녀석이 발가락이 부러져서 치료받았다.

둘째놈 코는 조금 매부리코모양으로 맘에 안들고, 부러진 발가락 굵지막하게 붙어서 엔간해서 다시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해뵌다.

그런데 이번에 또 큰 녀석이 부러졌다.

두 녀석은 뼈가 부러지면 진단비로 20만원인가 보험회사로 받을 수 있다.

보험료보다 3번의 진단비가 더 많을 지경이 되었다.

아무래도 이번에 보험금 청구하면 보험사기로 조사를 한번 받을 것 같다.

두 녀석에게 미리 말해둬야 겠다.

모르는 아저씨가 니들 손가락 발가락 코뼈는 혹시 아빠가 부러뜨렸거나 니들이 일부러 부러뜨린 거 아닌지 물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 해야 한다고... ㅡ,.ㅡ;

 

2012. 8. 6  맑은날

 

 

 

글 적어 놓고 읽어보니 심히 못마땅하다.

네덜란드 소년처럼 무너지는 뚝을 막으려다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강도나 도둑을 잡다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불의에 과감히 항거하여 시위 중 부러진 것도 아닌,

지 팔 지가 제대로 흔들지 못해서 부러졌다니......에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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