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는 추워서 이불을 덮고 잤네요.
이제 낼 모레면 처서니까 그럴 때도 되었구요.
지난 한 주는 참 바빴답니다.
그래서 찾아뵙기로 한 시간도 못 지켰네요.

이번에 올린 글은 지난 4월에 적어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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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운운하던 때가 엊 그제같은데 벌써 4월 중순을 넘었습니다.
하루 하루는 늦게 가도 한달 두달, 일 이년은 금세 지나가네요.
삼십대가 원래 그런건지...

지난 토요일은 같은 과 직원 애기 돌잔치에 갔습니다.
집에 가서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가는 길이었습니다.
길은 막히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차안에 퍼지는 메탄가스 냄새...

"누가 방귀 뀌었어?"

모두 아니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4살 난 작은 놈 같아서,

"경욱이 너 방구뀌었지?"

"안꼈어."

좀있다 다시 냄새가 또 퍼집니다.
또 아무도 아니랍니다.
참 나!
한 가족 네 명이 타고 있는데......
그때 아내가 말합니다.

"경욱이 너 솔직히 말하면 사탕 줄께. 방구뀌었지?"

그때서야 약간의 고민을 한 작은 놈이 자수합니다.

"응! 내가 뀌었어."

그러니까 갑자기 7살 먹은 큰놈이 말합니다.

"엄마! 나도 사탕 줘."

그러니까 작은 놈이 목소리를 최대한 깔고 한마디 합니다.

"형은 방구 안 꼈잖아."

".................."

갑자기 말문이 막히고 기가 찬 큰놈이 반쯤 울상이 되어서 한마디 합니다.

"방구뀌어서 사탕주는 게 아니야"

작은 놈은 한층 단호해집니다.

"그래도 형은 안꼈잖아."

"야! 그건.. 아이 씨...."

어린 동생에게 '방구 때문에 사탕주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대답해서 주는 거'라는 설명을, 그 이해를 시킬 일이 갑자기 답답해진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걸 이해시키더라도, '자신은 솔직히 자수할 만한 무엇이 없었다'는 것이 갑갑해진 것 같았습니다.

"............................."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큰 놈이 거짓말을 합니다.

"엄마! 사실은 나도 아까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방구 한번 뀌었어................." ㅠ.,ㅠ;;


아이들은 사탕이 참 좋은가 봅니다.

갑자기 왠 방구 얘기냐구요?
우리들이 살다보면, 억울하고 분명히 잘못된 것이 없음에도, 상대를 설득시킬 자신이 막막해 지는 경우가 많듯이 아이들에게도 이런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 같아서,
우리가 보기에는 유치하거나 순수한 것 같은 아이들의 세상도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보는 우리의 세상과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한번 웃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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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입니다.
원산지는 중국이고 정원수로 많이 심었답니다.
최근에는 가로수로도 많이 보이더군요.
다른이름으로 목백일홍, 자미, 부끄럼나무, 간지럼나무, 쌀밥나무라고도 불린답니다.
함평에 사는 친구가 하는 말로는 이 나무가 간지럼을 잘 타서 아이들에 오르내리면 가지럼타서 죽는다고 하더군요^^

꽃은 주홍색이 주를 이루고 보라색 흰색도 있답니다.
지금쯤 국도를 달리다보면 꽃 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지요.


2000. 8. 21 맑은날 ksg4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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