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옹골찬 꿈은 아니어도 SKY정도면 하고 바랬다.
학교가 목동에서 최악의 따라지 고등학교였고 교원자질도 형편없는, 걸핏하면 사학비리문제로 뉴스에 나오고 아이들 밥값 남기려는 치사한 학교였지만 원체 내신공부를 게을리해서 내신으로 대학가기는 쉽잖았다.
수능보고 온 날 집에서 대충 맞춰본 성적은 생각보다 좋아서 내심 기대하고 논술 몇 군데 봤는데 수전증도 없는 녀석이 과학과 영어 마킹을 실수해서 수능발표후 한동안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한양대 공대 두곳을 가군과 나군으로 원서내고는 12월 들어 강남재수학원에 등록했다.
한양대에 떨어질 것을 염려한 것이라기보다는 붙어도 반수는 하겠다는 생각에서 미리 공부 제대로 하는 녀석들과 한번 생활해봐라는 것이었다.
어제 각시가 전화를 했는데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에 합격을 했단다.
합격소식 듣고보니 기분이 좋긴 하지만 만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녀석을 가르친 학원 선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재수를 권하는데 녀석의 스타일을 아는 각시와 나는 고민이 더 깊어졌다. 차라리 떨어졌다면 재수하는 것을 망설일 필요도 없는데 녀석의 느긋함과 대충주의 및 귀차니즘 성향을 고려하면 재수성공의 보장은 없을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녀석이 희망(?)하는 의대는 올해처럼 좁기만 하니 고민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주말에 녀석을 만나서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들어보자고 각시와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까지 발표난 사실과 합격한 것도 모르는 녀석과 어떤 진지한 이야기가 가능할 지 모를 일이다.
이래 저래 머리만 복잡하다.
아들 이야기 몇번 올렸던 탓에 혹시라도 궁금해하는 분이 계실까 하여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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