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욱이와 고구마



경욱이는 고구마를 특히 좋아합니다.

얇게 썰어서 구운 것도 좋아하고, 삶아서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또 튀긴 고구마도 잘 먹습니다.

감자도 좋아하고 볶은 콩도 좋아합니다.

뭐든지 2,000원어치만 사면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칼치는 좋아하는데 요즘 칼치 값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굵고 싼 원양 칼치를 사다가 칼치 기호도도 낮추고 생활비도 좀 줄여볼까 고민중입니다.



윤석이

고구마나 감자 등에 별 관심이 없이 오로지 고기류만 좋아합니다.

돈이 좀 드는 편입니다.

그래서 힘이 좀 부칩니다.

'좀 더 크면 더 먾이 먹을텐데....'하는 걱정으로 일주일에 이틀정도는 잠을 못 잡니다.



경욱이가 올 여름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쌀뜨물을 팻트병에 담아서 유치원에 갖고 갔습니다.

유치원에서 가꾸는 고구마 밭에 뿌리면 굵어진대나....

그리고 가끔씩 옷에 흙을 묻혀서 돌아왔는데 그날은 고구마 밭에 풀을 뽑고 고구마 줄기를

들어주는 날이었답니다.

그 외에 순도 따주고 뭐 그렇게 한 여름 내내 고구마농사를 지었답니다.

경욱이는 공부보다 그게 훨씬 재미있나봅니다.

농사 짓는 게 천하의 근본이라 좋은 일이라지만 요즘 추곡수매가를 생각하면 아빠로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합디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지난 달 중순이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경욱이가 달려와서 한마디 제안을 합니다.


"아빠~ 고구마 먹을래?"

"좋지.."


저 또한 고구마 좋아합니다.

그러자 경욱이가 베란다로 달려나가더니 고구마를 그야말로 아이(임신 30주 4일 정도의 태아)

머리통 만한 고구마를 들고 들어옵니다.


그 고구마 울퉁불퉁하니 참으로 못 생겼고 맛도 없어 보입디다.

속으로 한마디 중얼거렸지요.

'눈썰미도 없지. 뼈 빠지게 돈벌어다 주면 저런 물건이나 사고............'

일종의 씻나락 까먹는 소리였지요.

아내는 눈치 빠릅니다.

"이거 경욱이 유치원에서 고구마 캐서 보내 준거야"

아까 씻나락 까먹는 소리 입 밖에 내지 않은 게 천만다행입니다.

행주로 한 대 맞을 뻔 했지 뭡니까.


대충 씻고 나오니까 고구마가 다 구어진 모양입니다.(우리집에 가스 그릴이 있거든요^^)

구어진 고구마를 담아온 아내는 나와 경욱이 앞에 두고서는 저 만치 떨어져서 TV를 봅니다.

하나를 주워서 베어 물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고구마가 아니라 무우 구운 맛입니다.

그래서 손에 든 것을 다시 살펴봤는데 못생기긴 해도 분명히 고구마입니다.

경욱이는 제 앞에 앉아서 제 표정을 빤히 보더니 조심스레 묻습니다.


"아빠~ 맛있지?"

"응~ 경욱이가 키워서 가지고 온 고구마라서 맛이 최고인걸"


그제야 경욱이는 밝게 배시시 웃음을 짓더니 자기도 하나 먹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속으로 키득거리는 아내가 얄밉게 보입니다.

그렇게 고구마 하나를 맛있게 먹은 다음에 슬그머니 베란다로 갔다가 뒤로 자빠질 뻔 했습니다.

베란다에 비닐 봉지가 하나 있었는데 못생긴 고구마가 여남은 개나 들어있지 뭡니까.


그때부터 퇴근하여 현관 앞에서만 서면 걱정이 됩니다.

틀림없이 경욱이가 고구마를 권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이틀 정도는 배부르다고 핑계를 대어보지만, 그 이상은 도저히 어렵습니다.

경욱이가 실망하거든요.

그래서 아내에게 낮에 점심 대용으로 고구마 좀 삶아 먹으라고 압력을 넣어보지만 안 통합니다.

아~ 지난 10월은 잔인한 고구마의 달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잔인한 고구마의 달이 가고, 며칠 전이었습니다.


"아빠 고구마 먹을래?"


퇴근하자마자 또 고구마공세를 펼치는 경욱이입니다.


"그래 우리 '경욱이 고구마' 먹자"


쪼르르 경욱이가 들고오는 고구마를 보면서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 소쿠리에 담긴 고구마는 정상이었습니다.

하나를 먹어보니 달작지근한 맛에 혀 끝을 싸고 돕니다.


"아빠~ 맛있지?"

"그럼 경욱이 고구마가 최고 맛있지"


현명한 아내가 드디어 고구마 바꿔치기에 성공 했나 봅니다.

엄마는 쇼파에서 뉴스를 봅니다.

윤석이도 그 옆에서 동화책을 봅니다.

아빠와 경욱이는 나란히 앉아 고구마를 먹습니다.


'내년에는, 제발 내년에는 고구마 종자 좀 보고 심었으면...'하는 간절한 바램이 머리를

스치고 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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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재배 식물로서 감저(甘藷)라고도 한다.
줄기는 땅위를 기며, 잎은 어긋나게 나고 잎 모양은 심장꼴이다.
감자는 줄기가 변한 것인데 고구마는 뿌리의 일부이다.
그리고 나팔꽃 모양의 연분홍색의 꽃이 피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온상 온실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763년경 동래와 제주도 지방에서 시험 재배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고구마에 관한 서적으로는 <감저보(甘藷譜)>, <감저신보>, <종저보>가 있다.
고구마는 주식대용이 가능하며 예로부터 구황작물로 재배되어 왔다.

이상은 제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농업, 국사과목에서 배운 고구마에 대한 지식입니다.


2001. 11. 14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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