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꽃샘 추위로 영하의 날씨입니다.

3월 중순에 어울리지 않는 외투를 입고 골목길을 걸어 오는데,

반짝이는 무엇이 눈길을 잡습니다.

 

골목길을 접한 어느 집 담장너머에

모과나무 새순이 연두색으로 움을 내민 모습이었습니다.

잠시 눈길을 주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꽃샘추위라지만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습니다.

밤 기온이 영하라지만 봄은 어느새 오고 있었습니다.

 

봄은 한겨울에도 짙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나 대나무가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길 모퉁이에서 한 뼘의 햇살을 받은 냉이에서,

담장너머 메마른 모과나무 가지에서,

북쪽을 면하여 자리한 목련의 토실한 움에서

봄은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봄은,

기어이,

끝끝내,

그럼에도

오고야 마는 것인가 봅니다.

 

2011. 3 .18  맑은날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곽노현 교육감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문 전문 <인용>  (0) 2011.09.23
의지되는 사람  (0) 2011.06.27
첫눈이었습니다.  (0) 2010.12.13
잠자리 몰래 엿보기  (0) 2010.12.01
왜곡 [歪曲]  (0) 2010.11.26

 

울이면 눈이 내린다는 것...

생각해보면 큰 축복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낮은 곳, 바다에 고인 물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가 되어 내리든, 눈이 되어 내리든,

그것이 대지를 다시 적시는 것은

대지에 발을 딛거나, 대지에 뿌리를 내리거나,

대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든 산 것에게 축복이지만,

그래도 겨울이면 그것이 눈으로 내리는 것은

사람으로 사는 우리에게 더 큰 축복입니다.

늘 뛰면서 살아가는 세상살이에서

처음,

순결,

가능성, 

경외심, 

기억의 반추,

가벼운 것의 아름다움,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고단함...

이처럼 중요하지만 늘 잊어버리는 소중한 느낌을

한꺼번에 떠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이 눈 말고 달리 또 있을라구요.

 

 

지난 수요일,

지방 출장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하니

사방 천지가 눈으로 하얗게 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많은 서울에서 숫눈을 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어쩌다 숫눈을 보게 되었습니다.

외따로 서 있는 가로등 아래 노랗게 반짝이는 별....

아...

이었습니다.

 

 

2010. 12. 13  맑은날

 

* 숫눈 : 사람 흔적이 없이 내린 눈이 쌓여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말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지되는 사람  (0) 2011.06.27
봄이 옵니다.  (0) 2011.03.18
잠자리 몰래 엿보기  (0) 2010.12.01
왜곡 [歪曲]  (0) 2010.11.26
중고시장  (0) 2010.11.12

훔쳐보기는 인간의 억제하기 힘든 본능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모르고 방심하고 있는 다른 존재를 몰래 엿보는 것은 수렵시절부터, 또는 그 이전에 형성된 본능일 것이다.

 

타인의 존재 자체를 보는 것을 즐기기도 하고 그 타인의 특정한 행동, 특히 성(性)과 관련된 행동을 훔쳐보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본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별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데, 남자들의 훔쳐보기 본능은 여자에 비하여 한결 더 한 듯하다.

사춘기가 들면서 야한 만화, 영화, 비디오를 섭렵하기 시작하는데 이 또한 훔쳐보기의 또 다른 발현이다.

 

집에 사내녀석 둘이 있는데 이 녀석들도 예외는 아닌지라 훔쳐보기를 시작한지 꽤나 되었는데,

이제는 노골적인 통제는 자제하고 지나치듯 타이르거나 컴터를 검색해서 파일을 지우는 정도에서 그친다.

물론 그 수위를 짐작하기 위하여 지우기 전에 꼼꼬미, 면밀히,때로는 되돌려서 분석을 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 아비노릇 참 힘들다...원하지 않는 훔쳐보기를 강권당해야 하니...

 

이런 주제로 글을 올리자니,

이 글을 보는 분들의 훔쳐보기 본능을 살짜기 충족시켜 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아래에 그야말로 야생의 잠자리를 그것도 접사해서 찍은 이미지 하나를 제공할 예정이다.

어쩌다가 얻은 사진이니 혼자 보시고 소문내지마시라.

 

훔쳐보기 이야기를 하자니 군대 있을 때의 작은 소동이 생각난다.

이 방의 독자는 다 아시다시피, 제가 기골이 장대하고 인물이 출중하다 보니, 군 생활을 수도방위사령부에서 하게 되었다.(서울을 지키는 군대이다)

그런데 이넘의 병영생활이란 것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에 철조망을 치고, 그 둘레로 은사시 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은 섬 생활을 하는 것으로 테레비에 나오는 산이 우거지고 머 이 딴 거랑 거리가 멀었다.

부대 주변에 쳐진 철조망에 접근해서 보면 철조망 붙어 있는 집에 사는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볼 수 있었는데,

여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창문을 닫아 생활하기에 들여다볼 일도, 볼 수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한 여름에 벌어졌다.

신혼부부 한쌍이 철조망 바로 인접한 방에 이사를 오면서부터였다.

이 부부는 그야말로 날마다 서로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고 각인시키는 거사를 치루었는데, 우리 중대의 대부분이 이 사실을 알고 매일 밤 11시쯤만 되면 보일러실 옆 철조망에 모여드는 것이었다.

병장은 맨 앞에 철조망에 붙어서 보고,

상병은 병장 뒤에서 병장들 머리 사이로 머리 디밀고 보고,

일병은 병장 옆에서 각도가 조금 어설퍼서 비쥬얼은 안되지만 사운드는 영향없는 곳에서 보고,

이병은 그 뒤쪽에서 어설픈 사운드를 들으면서 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메꾸어 보충했다.

(이 쯤에서 그 당시 제 계급이 뭐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온 몸을 할퀴고 지나가는 분이 계시다면,  우수독자로 인정하겠다.)

당시 상병이었지만 그 장소에 머리 디밀기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본 적은 없다.

진짜다. 정말 진짜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틀림없는 사실이다. ㅡ.ㅡ;

 

문제는 무료영화가 상영된지 보름쯤 지나서 발생했다.

관객 중에 덜 떨어진 취사반장이 치밀어 오르는 욕망을 추스리지 못하고 관람도중에 괴성을 지르는 그야말로 엄숙한 순간에 있어서는 아니될, 훔쳐보기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영화상영은 즉각 중단되었는데 영화중단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주연배우들은 다음 날 중대장에게 정식으로 항의를 하였고, 중대장은 즉시 시정을 약속했는데, 즉시 연병장에 집결하여 중대원 전체가 방독면을 뒤집어 쓰고 뺑뺑이를 몇 시간 돌았다.

한여름에 그냥 뛰어도 구토가 나올 지경인데 방독면이라니....

그러나 중대원들은 다 알았다.

그날 기합의 1/2는 중대장에게 같이 보자고 하지 않았다는 서운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허접한 소리를 이젠 접고 약속대로 그야말로 연출이나 가공이 들어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잠자리를 엿 본 사진 하나를 올리고 이만 접는다.

 

                                                                                                                      2010. 12. 01  맑은날

 

".".".".".".".".".".".".".".".".".".".".".".".".".".".".".".".".".".".".".".".".".".".".".".".".".".".".".".".".".".".".".".".".".".".".".".".".".".".

 

 

<사진, 클릭해서 혼자만 보세요>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옵니다.  (0) 2011.03.18
첫눈이었습니다.  (0) 2010.12.13
왜곡 [歪曲]  (0) 2010.11.26
중고시장  (0) 2010.11.12
비 온대며??  (0) 2010.09.04

연평도 폭격에서 희생당하신 4분의 명복과 부상당하신 분들의 쾌유를, 그리고 고향을 떠난 분들의 안녕과 안정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왜곡 [歪曲]  :  [명사]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함

 

 

 <사진 1. 불타는 연평도>

 

 

  <사진 2. 불타는 연평도>

 

 

 

사람이 받는 시각적 영향은 생각보다 크며,

기억에 각인되는 효과도 청각적 효과보다 더 크며,

감정을 촉발시키는 효과도 청각적 효과보다 크다.

 

 

위 사진 1과 2는 모두 같은 곳을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카메라로 찍은 것인데,

둘 중의 하나는 뽀삽질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진이 언론에서 기사를 쓰면서 올린 사진이란 것이다.

언론에서 뽀삽질을 하며 기사를 쓴다고??  광고도 아니고 사실관계를 전하는 기사에서??

그것도 역사적 사명감마저 가지고 하는 듯 하다.

무식한 대중을 붉은 바이러스로 물들이기 위해서이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위 사진 2는 조선닷컴의 사진이며,

아래 사진 3은 노컷뉴스에서 올린 사진이고,

맨 위 사진 1은 노컷뉴스의 사진에서 조선닷컴이 자른 모양에 따라 그대로 잘라본 모양이다.

(사실 자른 것도 기가 막히게 잘랐다. 온 하늘에 연기로 꽉 들어차서 숨도 쉬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우리는 늘 이렇게 왜곡당하고 있지 않은가 걱정이다.

 

<사진 3. 노컷뉴스 원본사진>

 

* 저작권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연락주시면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이었습니다.  (0) 2010.12.13
잠자리 몰래 엿보기  (0) 2010.12.01
중고시장  (0) 2010.11.12
비 온대며??  (0) 2010.09.04
천박함  (0) 2010.08.31

 

여기가 중고를 파는 곳이 맞지요?

집에 중고가 있는데 원하시면 그냥 가져 가십시요.

에지간하면 참고 견뎌볼라고 했는데 당최 말을 들어야지요.

사진은 아래에 올립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

...

...

...

 

 

설명 :  앞쪽에 있는 녀석이 중입니다.(중2년), 그리고 뒤쪽에 있는 녀석이 고입니다(고1년)

          한꺼번에 분양하니 중고분양이 되겠습니다.

          시원한 음료수 한잔과 교환도 고려중입니다.

          댓글에 연락처를 남기시면 연락 드립니다.

 

주의 : 혈압 높으신 분, 다혈질적인 분, 참을성이 부족하신 분은 분양받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경고 : 일단 분양받으시면 반품 절대 안해드립니다. ㅠ,.ㅠ;

 

******************************************************************

 

어떤 카페에 올렸더니 문의가 좀 들어옵니다. ^^

관심있으신 분?

 

2010. 11. 12 맑은날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자리 몰래 엿보기  (0) 2010.12.01
왜곡 [歪曲]  (0) 2010.11.26
비 온대며??  (0) 2010.09.04
천박함  (0) 2010.08.31
꽃들도 연대하거늘..  (0) 2010.08.20

 태풍 곤파스의 북상으로  집중호우가 예상됨에 따라 북한강 수계 댐은 수위조절에 나서 청평댐은 오전 2시30분부터 초당 420t, 팔당댐은 1천760t을 각각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0/09/02 07:22


 

그런데 막상 닥친 곤파스......

바람은 심했지만 비는 짜다라 오지 않고 홀라당 동해로 가버렸습니다.

이미 보내버린 물, 양수기로 퍼 올릴 수도 엄꼬.....

팔당댐장 김팔당씨, 청평댐장 박천평씨............ 등

한강수계 댐장들 황당해서 기상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집니다.

 

"씨~바~........집중호우 온대며???"

"..........................................."

 

태풍이 물어가니 또 다른 녀석이 온답니다.

이번에는 잘 예측해서 잃어비린 물 채우겠지요.

팔당댐 인근에 등산을 갔다가 생각나서 웃자고 싱겁떱니다.

 

 

                                                                                                      2010. 9. 4  더운날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곡 [歪曲]  (0) 2010.11.26
중고시장  (0) 2010.11.12
천박함  (0) 2010.08.31
꽃들도 연대하거늘..  (0) 2010.08.20
비온 뒤 풍경  (0) 2010.08.07

TV를 멀리 하는 편이다.

단적으로 이유를 말하자면 홍수처럼 터지는 광고 카피의 저급함이 싫어서이다.

 

자본주의의 상징이 광고이다.

적당한 거짓말로 환상을 심어주면서 겁을 주거나 비참하게 만들거나 부끄럽게 만드는 선정적인 문구가 유명광고의 카피가 된다.

나 또한 광고를 보다보면 요즘 광고에 나오는 새로운 분유를 두 녀석에게 미리 챙겨 먹이지 못한 것이 죄스럽기까지 한다.

 

1)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예전 포스코의 <the #> 광고카피이다.

누군가는 이 광고를 보고 "사람이 부동산을 평가하는게 아니라 부동산에 의해 사람이 평가되는 사회"라고 꼬집었다.

이 광고는 모욕을 느끼게 한다.

쪽방촌, 작은 빌라, 냉난방이 걱정인 단층주택, 오래되고 좁은 아파트, 시골의 작은 집에 사는 국민 1/3은 모욕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2)

"어떻게 지내느냐."는 친구의 말에...그랜져로 대답했습니다.....

참으로 저급하다.

그랜져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 모두를 한방에 병신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광고에 패러디가 있었다.

"그러자 친구는 람보르기니를 타고 떠났습니다"

 

3) 

"난 그런 거 몰라"

이것도 아파트 광고이다.

아파트 편의를 위한 첨단기술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고 감탄하는 친구에게 내 뱉는 말이다.

지적호기심과 도구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조차 허접하고 찌질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자신 이외의 존재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주니까 자신을 알기 위하여 골치아플 필요가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들은 안다.

이런 류의 광고가 나 같은 찌질이의 분노를 살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또 안다.

이 땅위에는 조중동의 세례와 천박한 물질자본주의의 세례를 받아 이러한 광고에 거부감없이 순응할  좀비들이 나 같은 찌질이보다 훨씬 더 많이 살고 있음을........

 

 

                                                                                                                      2010. 8. 31 맑은날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고시장  (0) 2010.11.12
비 온대며??  (0) 2010.09.04
꽃들도 연대하거늘..  (0) 2010.08.20
비온 뒤 풍경  (0) 2010.08.07
축축한 날..  (0) 2010.07.02

 

 

 

 

큰까치수염입니다.

이 녀석들은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피어나는데, 이런 것을 "총상"으로 핀다고 합니다.

지 홀로 떨어져서 꽃을 피우면 벌과 나비를 독점하고 좋지 않겠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 홀로 피어나면 벌과 나비는 이들을 발견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도태되고 말지요.
그래서 그들은 함께 <연대>하여 모여서 피고, 벌과 나비는 큰 꽃으로 보고 쉽게 발견하고 다가올 수 있지요.
재미있는 것은 아직 피지 않은 꽃들도 새하얀 봉오리를 될 수 있으면 많이 내밀어서 '연대'에 동참한답니다.
벌과 나비도 학습과 소문을 내면 결국 그들도 수정할 기회를 용이하게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런 것이 꽃들의 의도는 아니지만 유전적으로 이런 연대를 하는 작은 꽃들이 생존의 기회를 더 가지게 되고, 우리는 그 결과를 보는 것이지요.
우리도 연대를 한번 해 볼까요? 

                                                                                                                 2010. 8. 30 맑은날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온대며??  (0) 2010.09.04
천박함  (0) 2010.08.31
비온 뒤 풍경  (0) 2010.08.07
축축한 날..  (0) 2010.07.02
세대 차이  (0) 2010.04.16

 

 

요일 오전,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집니다.

그러다 금새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말짱해집니다.

더위가 살짝 식은 놀이공원으로 나갔습니다.

폭우에 말갛게 씻긴 아파트 단지 안은 티없이 깨끗해서 보기가 참 좋았고 길거리도 비에 씻겨 깔끔합니다.

 

 

빈 벤치도 물을 흠뻑 머금은 채 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는 동화속 나라처럼 신비롭게 보입니다.

 

 

 

 

하릴없이 놀이터를 한 바퀴 돌고 오는 길에 비에 젖은 채 떨어진 밤송이가 보입니다.

늦은 봄에 온 동네에 화사한 향기를 뿜으며 열매를 맺었는데, 자양분을 섭취하는 먹이경쟁에서 졌나 봅니다. 

자연은 이렇게도 엄정스레 냉혹하고 그래서 엄숙함을 느끼게 합니다.

 

도태된 밤송이를 보면서 며칠 전에 잠깐 나왔던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경기도 가평에서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레스토랑에서 월 8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억척스레 살아내던 19세의 젊은 아가씨가 한강에서 생활고를 비관하여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이 있었지요.

그 뉴스는 한나절이 가기 전에 뉴스에서 사라지고, 그 뉴스자리에는 연예인들의 가십이 곧 차지하더군요.

엄정한 우주질서에서 보면 그 아가씨도 밤송이처럼 자연도태된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 아가씨가 일했던 레스토랑의 손님 중에는 하루 용돈이 80만원이었던 사람이 많았을터이지요.

그 아가씨가 그리 힘들었던 것은 개인적 능력 탓도 아닐 터인데....

한 하늘아래에 사는 사람의 처지가 이렇게도 차이가 있다는 것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그리고 이러한 불평등이 개선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한다면 사람은 과연 지구에서 웃으며 살 가치를 가진 존재인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2010. 8. 7  맑은날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박함  (0) 2010.08.31
꽃들도 연대하거늘..  (0) 2010.08.20
축축한 날..  (0) 2010.07.02
세대 차이  (0) 2010.04.16
이문열이 만든 "그것이 알고싶다" - 불멸  (0) 2010.04.04

 

 

    장마철....

 

 

 

 

 

 

    날씨가 구질구질하더니 시원스레 한 줄기 소나가가 내렸다.

    뭔지 모르게 개운하지 않은 기분...

    직원이 사진을 한 장 찍어주었는데 나이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사진폅집기로 장난을 쳤더니 뽀샤시해진다.

    인생편집기나 기분 편집기는 없을까?

 

    내일 검사를 받기로 예약을 했는데, 영 걱정이다.

    수면중에 추한 모습 보일까봐......

 

 

                                                                     2010. 7. 2  맑은날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들도 연대하거늘..  (0) 2010.08.20
비온 뒤 풍경  (0) 2010.08.07
세대 차이  (0) 2010.04.16
이문열이 만든 "그것이 알고싶다" - 불멸  (0) 2010.04.04
봄비2  (0) 2010.03.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