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훔쳐보기는 인간의 억제하기 힘든 본능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모르고 방심하고 있는 다른 존재를 몰래 엿보는 것은 수렵시절부터, 또는 그 이전에 형성된 본능일 것이다.
타인의 존재 자체를 보는 것을 즐기기도 하고 그 타인의 특정한 행동, 특히 성(性)과 관련된 행동을 훔쳐보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본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별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데, 남자들의 훔쳐보기 본능은 여자에 비하여 한결 더 한 듯하다.
사춘기가 들면서 야한 만화, 영화, 비디오를 섭렵하기 시작하는데 이 또한 훔쳐보기의 또 다른 발현이다.
집에 사내녀석 둘이 있는데 이 녀석들도 예외는 아닌지라 훔쳐보기를 시작한지 꽤나 되었는데,
이제는 노골적인 통제는 자제하고 지나치듯 타이르거나 컴터를 검색해서 파일을 지우는 정도에서 그친다.
물론 그 수위를 짐작하기 위하여 지우기 전에 꼼꼬미, 면밀히,때로는 되돌려서 분석을 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 아비노릇 참 힘들다...원하지 않는 훔쳐보기를 강권당해야 하니...
이런 주제로 글을 올리자니,
이 글을 보는 분들의 훔쳐보기 본능을 살짜기 충족시켜 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아래에 그야말로 야생의 잠자리를 그것도 접사해서 찍은 이미지 하나를 제공할 예정이다.
어쩌다가 얻은 사진이니 혼자 보시고 소문내지마시라.
훔쳐보기 이야기를 하자니 군대 있을 때의 작은 소동이 생각난다.
이 방의 독자는 다 아시다시피, 제가 기골이 장대하고 인물이 출중하다 보니, 군 생활을 수도방위사령부에서 하게 되었다.(서울을 지키는 군대이다)
그런데 이넘의 병영생활이란 것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에 철조망을 치고, 그 둘레로 은사시 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은 섬 생활을 하는 것으로 테레비에 나오는 산이 우거지고 머 이 딴 거랑 거리가 멀었다.
부대 주변에 쳐진 철조망에 접근해서 보면 철조망 붙어 있는 집에 사는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볼 수 있었는데,
여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창문을 닫아 생활하기에 들여다볼 일도, 볼 수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한 여름에 벌어졌다.
신혼부부 한쌍이 철조망 바로 인접한 방에 이사를 오면서부터였다.
이 부부는 그야말로 날마다 서로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고 각인시키는 거사를 치루었는데, 우리 중대의 대부분이 이 사실을 알고 매일 밤 11시쯤만 되면 보일러실 옆 철조망에 모여드는 것이었다.
병장은 맨 앞에 철조망에 붙어서 보고,
상병은 병장 뒤에서 병장들 머리 사이로 머리 디밀고 보고,
일병은 병장 옆에서 각도가 조금 어설퍼서 비쥬얼은 안되지만 사운드는 영향없는 곳에서 보고,
이병은 그 뒤쪽에서 어설픈 사운드를 들으면서 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메꾸어 보충했다.
(이 쯤에서 그 당시 제 계급이 뭐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온 몸을 할퀴고 지나가는 분이 계시다면, 우수독자로 인정하겠다.)
당시 상병이었지만 그 장소에 머리 디밀기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본 적은 없다.
진짜다. 정말 진짜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틀림없는 사실이다. ㅡ.ㅡ;
문제는 무료영화가 상영된지 보름쯤 지나서 발생했다.
관객 중에 덜 떨어진 취사반장이 치밀어 오르는 욕망을 추스리지 못하고 관람도중에 괴성을 지르는 그야말로 엄숙한 순간에 있어서는 아니될, 훔쳐보기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영화상영은 즉각 중단되었는데 영화중단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주연배우들은 다음 날 중대장에게 정식으로 항의를 하였고, 중대장은 즉시 시정을 약속했는데, 즉시 연병장에 집결하여 중대원 전체가 방독면을 뒤집어 쓰고 뺑뺑이를 몇 시간 돌았다.
한여름에 그냥 뛰어도 구토가 나올 지경인데 방독면이라니....
그러나 중대원들은 다 알았다.
그날 기합의 1/2는 중대장에게 같이 보자고 하지 않았다는 서운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허접한 소리를 이젠 접고 약속대로 그야말로 연출이나 가공이 들어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잠자리를 엿 본 사진 하나를 올리고 이만 접는다.
2010. 12. 01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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