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봉방 

                             신미나

나, 저 꽃봉속에 몰래 살림을 차려 딱 십오촉 밝기로만 살았으면
지붕을 거쳐 굴러간 별구슬 불러다 유년의 앞마당 소란했으면
그릇 부딪히는 소릴 들으며 설거지하고 꽃가지에 이불 널어 너와 나
희게 펄럭였으면
텃밭에는 자잘한 비밀 몇 톨 심어두고 뒤꿈치에 꿀물 묻혀 늙어가는
너의 마른 입술을 적셨으면
깰 줄 모르는 너의 꿈길을 내가 살아 맨 나중까지 배웅하고 혼자 날개 비비며
풀잎처럼 가난한 노랠 불렀으면

그렇게 살아, 고봉밥 비워내고 가지가지 마다 사기밥그릇 매단
저 生이 너무 환해 눈이 시다

 

~~~~~~~~~~~~~~~~~~~~~~~~~~~~~~~~~~~~~~~~~

 

목련꽃 봉우리가 한층 까칠해졌다.

점점 추울수록 봄은 점점 가까이 온다.

사기밥그릇 오소소하니 하늘향해 고봉밥 달라고 내미는 풍경이

그립다.

 

2013. 1. 8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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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합시다.

뽑을 인물이 없어도 투표합시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 그것이 바로 국민을 우습게 보게되는 빌미가 됩니다.

투표율이 90%가 넘어가면 어떤 선출직이라도 국민을, 유권자를 우습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당신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그들은 당신만이 아니라 당신가족까지 무시할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두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면 참고가 될 것입니다.

투표합시다.

                                                                                      2012. 12. 18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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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자투표하려고 신고서를 보냈다.

이제 난 5년동안 불평할 권리를 얻었다.

 

                          2012. 11. 23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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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럽다. >>

 

자연스럽다는 말은 '자연(自然)'이라는 명사에 '~스럽다'라는 성질을 나타내는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어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자연의 대(對)가 되는 말은 인공이지요.

결국 우주만물에서 사람의 손길을 배제하면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것이 됩니다.

물이 고이고 모여서 아래로 흐르면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물을 막으면 그렇지 않은 것이 됩니다.

밤이 되어 어두운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두운 밤에 등불을 켜면 그렇지 않은 것이 됩니다.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이러한 자연스러운 현상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급적이면 자연스러운 것은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 좋습니다.

 

좀 전에 누군가가 '서울에 가을비가 온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가을비가 오면 낙엽이 서둘러 지겠지요.

 

수 많은 자연현상중에 가장 멋진 '자연스러운' 것을 꼽으라면 단풍들고 낙엽지는 것을 꼽겠습니다.

봄에 내민 새싹을 키워 여름내내 푸른 잎으로 광합성작용을 하여 모은 양분을 꽃피우고 열매맺고 나무 키우는데 사용하는데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면 상황이 달라지지요.

건조해지고, 추워지며, 바람이 세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모두 잎사귀로 존재하는 것을 힘들게 하지요.

건조한 환경에 잎새를 달고 있으면 이파리 표면으로 수분증발이 많아져서 힘들고, 추운 기온에서는 광합성 효율도 떨어지며, 바람이 많은 환경에서는 나무가 쓰러질 위험이 증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지면 잎새 넓은 나무들은 나뭇잎에서 엽록소를 스스로 파괴하여 남은 양분을 나무로 거둬들이고, 그 다음에는 떨켜를 만들어 낙엽이 지게 한 다음 홀가분하게 겨울을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떨어진 낙엽은 다시 그 나무에 아래에 쌓이고 그렇게 쌓인 낙엽은 흙에 사는 미생물의 먹이로, 다시 나무의 양분으로 순환하게 됩니다.

이렇게 가을에 지는 낙엽은 자연스럽고 색도 고운데 반하여, 나뭇가지를 꺽어서 인공으로 나무를 죽이면 퍼러죽죽하니 볼품없이 잎이 말라가고, 떨켜도 만들지 못하여 이파리도 가지에서 떨어지지 못하게 되어 '자연'스럽지가 못하게 됩니다.

 

가을이면 기분이 스산해지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가을에는 연이어 닥쳐올 겨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겨울이면 춥고, 배고플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아직도 머리만 좋은 원숭이인 우리들의 본능에 고스란히 남아있으니까요.

 

이 가을, 그냥 자연스럽게 스산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2012. 10. 10  가을초입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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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가진 존재는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기위해서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생명을 볼 때에는 상처가 있나 없나를 볼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아물었는지를 봐야 그 생명체의 가치를 알 수 있다.

 

                                                       - 2012. 9. 7  찢겨진 상처를 치료 중인 팽나무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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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뉴스를 보면 더러 시민들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어떤 사안에 대한 리포터의 질문에 지나가던 시민은 답변을 하는데 그 끝은 항상 동일하다.

 

"~~인 거 같아요."

 

회사내 프리젠테이션 경연이 있는데 우리부서의 참가직원을 불러서 사전 연습을 시켰다.

15분 발표하는데, 그 직원은 발표하면서 '~인 거 같습니다.'를 서른번 이상 반복했다.

연습이 끝나고 평을 하면서 자신의 소신이나 생각 또는 객관적인 사실을 발표하는 자리인데 '~같다'란 표현은 맞지 않고, 강의하는 사람의 자신감이 결여된 것으로 보여지므로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같다'는 형용사로서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나타낸다.

① 체언이나 의존 명사 ‘것’의 뒤에 쓰여,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

② 어떤 대상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나 불완전 어근 뒤에 붙어, ‘그 대상의 속성에 비할 만함’, '동일함'의 뜻을 더하여 형용사를 만드는 말

 

두번째의 의미로 사용되는 '같다'는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같은~, 고향이 같은, 생각같아서는~ 등의 쓰임새가 그것이다.

 

문제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의 의미로 사용되는 '같다'가 남발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리포터가 구름한 점 없는 맑은 가을에 공원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오늘 날씨가 어떤가요?'라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은 거 같아요. 구름 한 점 없이 말고 바람도 상쾌한 거 같아요."

"오늘 기분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산책하기 좋은 날씨인 거 같아요."

 

내일 날씨도 아니고 지금 현재의 날씨를 묻는 질문에 '같아요'라고 추측을 왜 하나?

그 사람이 눈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기분 좋은 문제도 그렇다. 지 기분도 지가 파악 못하나?

 

또 음식을 먹게 하고 평을 물어보면 출연자들은 "맛있는 거 같아요."라고 한다.

a~e~ siba, 니 혀로 니가 먹었잖아.

 

 

가끔 이런 류의 지적이 나오곤 하는데 그럼에도 각 방송에는 가감없이 또는 적절한 제어없이 그대로 방송을 타곤 한다.

그럼 왜 이런 표현이 이 사회에 만연하게 되었을까?

이 부분에 대한 분석이나 고찰은 아직까지 체계적인 접근이 없는 것 같다. (바로 이럴 때 '같다'를 사용하는 거여~)

 

언어는 사회를 반영한다.

우리의 현재 언어는 일제시대, 해방, 한국전쟁, 박정희와 전두환의 쿠데타, 그리고 인터넷과 sns 문화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상에서 이러한 언어사용습관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같다'라는 추측이나 짐작의 표현에는 숨겨진 말이 있다.

'아님 말고',

'따지지 마',

이처럼 화자는 객관적 근거 없이 다만 추측을 한 것이고, 자신의 말에 책이 잡힐 경우 책임을 지지 않고 빠져 나가겠다는 의도가 숨겨진 말이 바로 '~같다'란 표현이다.

 

일제시대, 그리고 해방과 이데올로기의 극한대결의 시대에서 우리는 말 조심을 해야 했다.

쥐가 듣고 옮기든, 새가 듣고서 고자질하든 그 말이 문제가 되면 생존의 근본이 흔들리는 시대를 건너왔다.

보안법이라는 아직도 서슬이 퍼렇게 살아있는 이 나라에서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주어 표현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왔다.

'말 많으면 빨갱이'가 되는 세상에 가급적 말을 아껴야 했고, 말을 아끼는 것은 본능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말을 할 때에는 끝에 '~같아요.'를 넣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박정희와 전두환이 불법적인 쿠데타를 한 뒤로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방귀 뀐 두 놈은 늘 성이 나 있었고, 몇 명만 모이면 자신을 욕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불 꺼진 창'이란 제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그건 너'란 말이 건방지게 들린다고 방송금지를 내린 그들이 지배하는 이 나라에서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리고 문민정부를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자신의 의사표현이 어느정도 자유로워 졌을 때,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었고, sns가 일반화 되었다.

이제 두려운 존재는 정부나 공권력이 아니라 자신을 제외한 전 국민이다.

개똥녀니 된장녀니 신상털기....무서운 세상이다.

얼마 전만 해도 연세대 교수 한 분이 김연아 교생실습에 대한 언급을 했다가 온 국가가 난리를 겪지 않았던가.

독립유공자의 후손이 독재자의 딸에 대하여 적절치 못한 표현 한 마디 했다가 초토화되지 않았던가.

 

결국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원인이 되어 이 나라 국민은 단지 모든 일을 추측만 할 뿐 자신의 생각은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O같은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O같은 세상'에게 한 마디 해야겠다.

 

"쫄지마, 씨바~"

 

                                                                                                                                                                 2012. 8. 17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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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사(豪奢)

 

금빛 곱고 기운 장한 황소에

금으로 만든 쟁기를 매어

금밭을 깊게 갈아

고랑마다 산도(山稻)를 심으면

금으로 된 쌀이 날거야.

 

황칠나무 장작으로

불땀 좋게 밥을 짓고

금빛 누룽지 푹푹 끓여

금빛 노을을 커튼으로 걸어두고

금빛 대나무 평상에 상을 차려

내 님에게 밥상 한번 차려 주고파

내 님에게 호사 한번 해 주고파

 

                     2012. 6. 12  맑은날

 

 

지인께서 멋진 노을 사진을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황금빛 노을을 찍었는데 그 노을을 투영하는 잔잔한 바닷물도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황금빛 노을은 잔잔한 바다의 은결에 반사되며 이랑과 고랑으로 노닐었습니다.

금빛 대변까지 내 님에게 보게 하렸는데 그건 차마...

 

산도(山稻)

밭에서 키우는 벼를 말합니다. 밭벼라고도 하는데 노동력에 비하여 수확량이 부족하여 산촌지역에서 제사상에 올릴 귀한 쌀을 얻으려고 더러 키웠는데 요즘은 거의 재배하지 않습니다.

 

황칠나무

엄나무의 사촌쯤 되며 줄기에 생채기를 내면 칠재료가 나오는데 이것을 칠하면 황금빛으로 번쩍이게 되는 귀한 나무입니다. 옛날 중국 조공품이었습니다.

 

은결

물결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말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불땀

불의 화력을 말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이랑

밭을 갈았을 때 낮게 들어간 것을 고랑이라 하고 올라온 부분을 이랑이라 합니다.

고랑이 좁고 협소한 부분을 말하는데 쇠고랑도 이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대나무 평상

다리 네개(또는 여섯개)를 만들어 마당에 두고 사용하는 평평한 마루를 말합니다.

옮겨 사용할 수 있으며 더운 여름에는 이 곳에서 밥상을 차려 먹곤 하며, 한낮에는 그늘에 옮겨 쉬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고추 등 곡물을 말리는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나무로 만든 것을 대나무 평상이라 하는데 매끈한 감촉과 노란 색깔이 보기 좋은데 갈라지는 성질때문에 못질이 힘들도 사용하다가 힘이 쏠리면 쪼개지는 버릇이 있습니다.

 

맑은날

쾌청한 날씨를 말하는 순 우리말이자, 다음(daum)에서 가장 유명할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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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수 백개 돌 계단 하나하나 눌러 딛으며

산 오르는 내내 머리 속을 맴도는 생각 한 개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는데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고3 아이 시험 잘 보게 해달랄까

복권 당첨 빌어볼까

이승 떠난 모든 사람 극락왕생 빌어볼까

개똥같은 이승의 힘든 중생 구제를 바래볼까


오르는 높이만큼 숨도 차오르는데

머리 속의 소원은 하나하나 지워진다

 

내 아이 운을 빌어 시험 잘 보는 일은

다른 아이 운이 못해 시험 못 보는 일

복권된 사람들 행복한 생 없단 소식

저승에서 힘든 생 이승에서 지은 업장

이승에서 개똥인생은 전생의 부귀영화

분 넘치게 바랜 소원 넘치는 복 재앙되네


턱까지 차오른 숨 애써 눌러가며

더 좁아지고 더 가팔라진 산길을 에워도니

홀연히 나타나는 갓바위 부처님


- 그래, 소원은 무어냐?

- 부처님, 이미 소원을 하나 들어 주셨어요.

   무언가를 행하지 않고서 결과를 바지 말라는 깨달음을 주셨어요.

   굳이 소원을 들어주시려면 제가 일한 만큼 결과를 주시고

   제가 바라는 만큼 일하게 해주세요.

- 내가 딱 이만큼 높이에 앉아 있는 이유를 알았구나.

 

 

2012. 6. 7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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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픔

 

슬픈 것만도 아니고

불쌍한 것만도 아니고

연민을 느끼는 것만도 아니고

섭섭한 것만도 아니고

언짢은 것만도 아니다.

슬프고 불쌍하며 연민을 느끼며 대상없이 섭섭하고 딱히 모를 언짢음이

바로 서글픔이다.

 

슬퍼도 눈물 나지 않고

화 낼 기운조차 없고

기분전환할 이유도 찾을 수 없고

위로한 말도 찾을 수 없고

섭섭해도 서운치 않고

언짢아도 나무랄 기력없는 것이

바로 서글픔이다.

 

학생의 자살소식

어느 가장의 투신

테레비에 나오는 화성인들

맛타령 늘어놓는주말 테레비

주름은 관록이 아닌 수치라는 광고

이것들이 나를 서글프게 한다.

한없이 서글프게 해서

그것이 서글프다.

 

 

2012. 6. 4  맑은날

 

뉴스에 또 학생의 자살소식이 들렸습니다.

그 답답한 뉴스에서 드는 느낌은 서글프다란 생각이었습니다.

참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 형용사란 생각을 했습니다.

괜히 서글프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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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다

 

 태어난 지 50억년,

한번도 진 적이 없었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은

해가 진다고 한다.

 

태어난 뒤 제 자리를 떠나본 적 없던 해는

지구에서는 아직도 지고만 있다.

365번 거짓으로 지고나서 1년이 간다.

 

수성에서 진 적 없고

금성에서 진 적 없고

회성에서도 진 적 없던 해가

지구에서만 진다

 

지구에서는 지구만 빼고 모두 진다.

해도 지고

달도 지고

별도 진다.

 

그렇게 모든 것이 지고 또 지고

지고 또 져서

지구의 모든 것이 질 때까지 지고나야

해는 더 이상 지지 않을 것이다.

해는 더 이상 뜨지 않을 것이다.

 

해보다 먼저 지고

달보다 먼저 지고

별보다 먼저 지고

심지어는 나무보다

먼저 져서

태어나고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사람이

자신만 빼고 모두 진다고 한다.

 

                             2012. 5. 30  맑은날

 

 

여수에서 해경으로 근무하시는 10년 넘은 지인께서 근무중 찍어서 내 주신 사진에

어설픈 글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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